<우리동네, 그리고 산책>
문현동에서 소소한 만남
옛날 마을의 모습과 가장 최신의 산업형태인 금융혁신도시의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는 문현동. 하늘로 허리를 꺾어야 꼭대기층까지 올려다 볼 수 있는 문현금융단지 주변의 저층 주택들은 이미 자취를 감춘 곳도 다수 있지만, 여전히 옛 모습은 곳곳에 남아 있다.
소통하는 다문화 카페 아우르미
남구 문현동에는 아우르미 카페가 있다. 아우르미 카페는 보통의 카페와 같은 모습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분들 모두 결혼 이주 여성이라는 점.
국적도 다양하다. 중국, 베트남, 네팔, 페루,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한국인 남자와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린 뒤 아우르미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바리스타 과정 수료자들이 카페지기로 활동을 하고 있고, 커피 뿐만 아니라 각 나라를 대표하는 차도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카페에 들어서면 세계 각국의 느낌이 뒤엉켜 따뜻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듯 하다.
다문화 인구 180만 시대. 낯선 타향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문화가정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인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이 언어문제와 경제적인 어려움이라고 한다. 외국인의 출입이 잦은 부산은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단체 중 외국인 거주 비줄이 높은 편에 속한다.
카페 아우르미에서는 다문화 이주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한국 사회 정착을 지원하고, 다문화가정 무료 법률상담과 다문화 관련 인문학 강의 제공 등을 통해 지역 사회의 다문화 소통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모여 시간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매월 아우르미데이를 개최하면서 캘리그라피, 천연화장품 만들기 강좌가 실시되어 함께 살아가는 동네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카페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탄탄한 운영을 했던 것은 아니라고. 부산의 남구종합사회복지관 안에 있었던 이 카페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었으나, 3년간의 지원이 끝난 뒤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문을 닫으려던 차에 지역 기업의 후원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 여러나라의 차를 만나고 싶다면, 지역 주민들을 만날 곳을 찾는다면 아우르미로 가보자.
문현 안동네 마을을 찾아
문현동 안동네. 문현동 산 23-1번지 일대다. 문현동에서 전포동으로 넘어가는 전포고개 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외지인들은 주로 돌산마을 또는 안동네라 부르고 마을에 사는 이들은 황령산 자락에 자리잡은 까닭에 황령마을이라고 부단다. 공식적으로는 안동네다.
1980년대 당시만 해도 집은 고작 열두 채가 전부. 1986년 부산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포플러 나무가 많았는데 나무 사이에 집을 지으면 밖에서 잘 띄지가 않아 단속을 피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근처에 미군들 군수물자를 날랐던 폐상자가 많았던 탓에 판잣집을 지을 자재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도 마을이 커지게 된 이유라고 한다.
이곳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살던 동네였지만, 2008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마을 곳곳에 벽화가 그려진 이후 벽화마을로 유명해졌었다. 그렇다고 요즘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감천문화마을을 상상했다면 곤란하다. 2008년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려 한때는 알록달록한 동네였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세월과 함께 그림들도 바래져 그 이전보다 더 쓸쓸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부산의 오래된 많은 동네들처럼 이곳 역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고 관리하지 않아 낡고 바래버린 벽화 뿐만이 아니다. 다들 힘들게 살던 그 시절 무덤이 즐비한 곳까지 올라와 집을 짓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터전과 그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만간 옛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 마을의 모습과 여기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이들도 어느 순간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다림의 미학. 발효문화공간 연효재
천연 발효의 집이라는 뜻의 연효재는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온 팸투어단이나 관광객들이 우리 전통 발효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들르는 코스 중 하나이다. 연효재에서는 우리 전통 발효공법을 더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지하철 4번 출구 앞, 세련된 카페처럼 잘 차려진 연효재의 공방에서는 수시로 강좌가 열린다. 모주․막걸리 빚기, 전통소주 내리기, 천연식초․효소 발효액 특강, 전통주 소믈리에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발효과학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니 참고할만 하다.
체험 프로그램보다는 술 한잔 즐기고 싶은 사람을 위한 공간도 있다. 안중&한산도가는 연효재에서 운영하는 전통주 주점이다. 바깥에서 건물을 바라볼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작고 소담한 공간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막걸리를 맛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술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주인장에게 직접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스파클링이 한가득이어서 살살 달래가며 따야 하는 한국의 샴페인 복순도가 막걸리에서부터 청아한 전통소주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직접 담가 먹는 술인 막걸리의 특성상 오래 보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술이 항상 구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란다.
막걸리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데다 눈으로 먼저 먹고 보는 문어숙회와 소라 안주는 저절로 술 한병을 더 주문하게 만든다.
날도 좋고 기분도 좋은 오늘, 지인들과 막걸리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