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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죄송한 죽음’ 이후에도 바뀐 것은 없다

어떤 죄송한 죽음

연착은 유독 마음이 급한 날 발생한다. 출석점수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수업에 늦은 날엔 게으른 자신보다 긴 구멍 속의 철덩어리 몇 개도 규칙적으로 돌리지 못하는 서울메트로를 욕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말이 감히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경우다.

 

2016년 5월 28일, 사고로 인해 서울시민의 주된 교통수단 2호선이 20분간 중지되었다. 서울메트로는 사과와 함께 연착을 공지했다. 우리는 이 사건을 구의역 사고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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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스물한 살 하청업체 청년이 죽었다

구의역 사고에 대한 여론은 격렬했다. 21살이라는 피해자의 나이와,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해 가방에 넣고 다니던 컵라면은 분노와 눈물을 불러왔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는 조화가 쌓였다. 책임 돌리기와 공허한 약속이 난무했다. 서울메트로는 김 군이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이유로 피해자와 하청업체에게 책임을 넘기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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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서울시는 특별조사를 통한 책임자들의 처벌과 제도 개선을 다짐했다. 2016년 7월, 서울시는 ‘구의역사고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33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가 밝힌 구의역 사고의 발생 원인은 복합적이다. 2인 1조 시스템의 미준수, 하청업체와 서울메트로 간의 협업 부재로 인한 관리 소홀, 기계장비의 오·미작동 등 하나로도 치명적인 실책들이 겹겹이 쌓였다.

보고서는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다. 큰 틀에서 그 대책들은 인적 대책과 기술적 대책으로 나뉜다. 인적으로는 스크린도어 관리 인력을 서울메트로가 직접 고용하고, 안전매뉴얼을 보강 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는 역별로 관리하던 스크린도어를 통합 관리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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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년이 지났다

서울메트로가 약속한 직접고용은 애매하게 실현됐다. 과거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되었던 스크린도어 정비인력은 ‘중규직’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인력보충도 이루어져 58%의 이직률을 기록하던 과거에 비해서는 업무환경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섯 명의 수리인력이 80여 개의 스크린도어를 관리할 정도로 벅찬 노동량을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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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산업재해를 뿌리 뽑겠다고 나선 정치인은 많았다. 이들은 철도안전법 개정안, 생명 안전 업무 종사자의 직접 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 기간제법, 파견법, 산업안전보건법, 하도급 거래 공정화법 개정안 등 각종 법률을 입안했으나 사고로부터 2년이 지난 2018년 5월 28일, 20대 전반기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야 의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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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효율’은 사람을 죽인다

구의역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효율’이었다. 서울메트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스크린도어를 최저입찰제로 도입했다. 사업별로 가장 낮은 단가를 제시한 업체에 사업을 맡겼다. 4개의 각기 다른 회사가 1~4호선의 스크린도어를 제작 및 설치했다. 이런 눈물겨운 절약의 결과, 기술과 가격을 분리해 입찰을 진행한 서울지하철공사에 비해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의 고장율은 8배가량 높았다.

서울메트로의 문제 많은 스크린도어를 관리했던 은성PSD는 최저가로 관리사업을 따냈다. 그들 역시 ‘효율’을 추구하기 위해 현장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웠고, 낮은 보수와 높은 업무 강도는 이직률 58%, 조기퇴사율 52%라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1997년생, 업무 경력 7개월 차의 김 군은 결국 효율에 등 떠밀려 그 스크린도어 뒤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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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지난 오늘까지, 효율의 힘은 여전하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간의 생명과 안전은 너무나 쉽게 저울 위에 올려진다. 2017년 8월 창원 STX조선해양에서 탱크 도장 작업 중 폭발 사고로 5명이, 12월 온수역에서는 선로 작업을 하던 1명이, 올 1월 포항제철소에서는 근로자 4명이 질식사고로 숨졌다.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외주화된 죽음이었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멕시코에 이은 OECD 2위다. 그리고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하청업체 노동자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은 모두 기업의 효율저하라는 논리하에 오늘도 무마된다.

그 문은 오늘도 닫혀 있다

망자들이 하필 불운하게도 그곳에 있어 죽음을 당한 것이라고 한다면,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삶은 아무런 정당성의 바탕이 없이 우연히 재수 좋아서 안 죽고 살아 있는 꼴이다. 삶은 무의미한 우연의 찌끄레기, 잉여물, 개평이거나 혹은 이 세계의 거대한 구조 밑에 깔리는 티끌처럼 하찮고 덧없다.

소설가 김훈은 세월호 사태에 대한 기고문에서 개인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사회에 대해 경고했다. 나의 생명이 필연적이라는 믿음을 빼앗길 때, 허무주의가 사회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김 군의 죽음은 그 어떤 변화도 불러오지 못했다. 나아지지 못하는 사회는 바스러진다.

구의역 사고의 기억들이 희미해지더라도, 좌절의 경험들은 우리의 마음에 남아 우리를 서로로부터 밀어내고 또 밀어낸다. 기억의 스크린도어를 열고 김 군에게 당신의 삶도 죽음도 우연의 찌끄레기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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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전범진 에디터

우리는 세상이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최소한 나아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기에 세금을 내고, 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 내가 사회에게 의무를 다하는 만큼 사회가 나의 안전하고 행복한 내일을 보호해준다는 믿음은 사회계약설의 기본 전제다. 그러나 개인의 안전이 효율의 논리에 의해 저당 잡힐 때 우리의 믿음은 부서진다.

구의역 사고 전후로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대한민국 사회는 김 군의 죽음에 그 어떤 변화로도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이지선 에디터

청년은 밥 먹을 시간이 없어 항상 컵라면을 가방에 지고 다녔고, 청년이 떠나간 자리엔 아직 뜯기지 않은 컵라면이 덩그러니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화살같이 빨라서, 어느덧 여름이 물씬 느껴집니다. 그러나 한 청년의 시간은 아직 2016년 5월 28일에 멈춰 있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사고 책임 회피와 소극적인 해결책 마련을 보며 저는 회의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가려진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던 한 청년의 비극적인 죽음은 적어도 우리들의 마음속에선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안타까운 죽음이었다는 과거형이 아닌, 우리 사회의 진행 중인 문제라고 여겨지길 바랍니다.

원문: Twenties Timeline

출처 : ㅍㅍㅅㅅ

원문보기 : http://ppss.kr/archives/16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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