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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에 엎어진 거제동 할매들의 '老老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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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거제4동 할머니들이 한 옷가게에 모여 각자 가져온 음식으로 조촐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이정자 씨 제공

 

"반찬예? 별 게 없어예. 된장 찌지고 나물 볶은 거 들고 오고. 근데 둘러 앉아 같이 먹으면 그래 맛있다 아입니꺼."
 
지난 8일 부산 연제구 거제4동의 한 골목시장에서 만난 이정자(75·여) 씨는 자신이 참여하는 '밥상 공동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할매들끼리 모여 가진거 나눠 먹으면서 죽었는가 살았는가 확인하는 모임"이라는 투박한 해석도 덧붙였다.

 

10년간 거제4동 할머니들

골목시장서 점심 나눠 먹어

모임 안 나오면 '위험 신호'

쓰러진 할머니 발견 신고도

 

거제2구역 재개발 본격화

펄거 잇따라 시장 상권 위축

10여 명 모임 공간 '위기'

 

거제4동에 사는 70~80대 할머니 10여 명이 참여하는 이 모임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이 씨가 우울증으로 밥도 먹지 않고 두문불출하자 이웃에 살던 할머니들이 '얼굴 보며 점심이라도 먹자'며 하나둘 모인 것이 모임으로 발전한 것이다. 


할머니들은 지난 10년간 매일같이 점심을 함께 했다. 각자 차례를 정해 반찬과 국, 밥을 해 와서 한데 모으면 그런대로 근사한 점심 한 끼가 완성된다. 모임 장소는 거제동 골목시장의 쌀집과 옷가게 등지였다. 밥을 먹고 나면 품앗이로 서로의 나물을 다듬어 주는 등 소일거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누군가가 점심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는 건 위험 신호다. 정오가 넘도록 나오지 않는 이가 있으면 할머니들은 곧장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린다. 4년 전엔 한 할머니가 뇌경색으로 홀로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걸 노인들이 직접 발견해 119에 신고하기도 했다. '노노(老老) 셰어'의 전형이다. 

문제는 수십 년간 거제동에서 살아온 할머니들의 밥상 공동체가 할머니들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인근의 재개발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올 초부터 거제2구역 재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골목시장 등 인근 상점이 잇따라 문을 닫을 정도로 상권이 위축됐다. 할머니들의 모임 장소였던 쌀가게는 올 9월 폐업했고, 모임 멤버 중 한 명인 이정자 씨가 운영하는 옷가게 역시 조만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거제4동 경로당이 있다곤 하나 옹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재개발 철거지역과 맞닿아 있어 안전상의 문제가 많다. 주로 연립주택인 할머니들의 집엔 10여 명이 모일 만한 공간이 없다. 인접한 다른 경로당은 거리 문제도 있지만, '텃세' 때문에 쉽게 발걸음하기 어렵다. 

연제구청 관계자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이들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행복마을 만들기 신미영 자문위원은 "재개발 이후 경로당이 새로 생긴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마을 주민들은 정서적 문제 등으로 그곳에 가기 어렵다"며 "거제동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식으로 풀어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출처 : 부산일보

원문보기 :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712120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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