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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고 있나

 

[토요판] 신현호의 차트 읽어주는 남자 ④ 흙수저와 금수저
세대간 소득탄력성과 지니계수 보면 
미국은 불평등 크고 부 세습도 강해 
한국, 세습 약한 북유럽 국가와 유사 
국민들 의식은 이와 정반대로 나타나

고도성장기엔 교육이 ‘평등기제’ 작동 
지금은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 의문시 
‘부모 경제력이 곧 자녀 경제력’ 뚜렷 
취업 기회 불공정에 훨씬 더 민감

 

기사1.jpg

 

미국 문학의 걸작 중 하나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소설 속 화자인 부잣집 아들 닉 캐러웨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들려준 충고입니다. 부잣집 아들의 ‘유리한 입장’은, 달리 말하면 가난한 집 청년의 ‘불리한 처지’일 텐데, 그 유리함과 불리함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그리고 각 사회마다, 각 시기마다 또 얼마나 다를까요? 오늘 우리는 이것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몇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소득과 재산의 격차가 너무 크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큰 정도’에 대해서는 합의가 쉽지 않고 논쟁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엔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더 잘사는 것이 왜 문제인가’라는 생각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결과의 격차보다는 출발점과 과정의 불평등에 대해서 훨씬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소수 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공이 봉쇄된 사회를 정당화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노력과는 무관하게 형성된 환경과 관련한 불평등을 기회의 불평등이라고 부릅니다. 고려대 이우진 교수는 한국재정학회 발표문을 통해 한국의 불평등 중에서 노력이 아닌 기회가 야기하는 부분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추계한 바 있습니다.(‘환경의 불평등과 개인 성취의 불평등’ 2016)(▶http://www.kapf.or.kr/kapf/data/imgfile/3-1-1-이우진,조진순.hwp) 특히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 사이에 존재하는 소득과 재산의 대물림 격차는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문·방송과 인터넷상에선 ‘흙수저와 금수저’로 표현되는 수저계급론과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걱정과 우려가 넘쳐납니다.

 

오바마 보고서에 담긴 ‘위대한 개츠비 곡선’ 미국 대통령은 매년 초 그해의 경제정책방향을 ‘대통령 경제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정리해 의회에 보고하는데,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보고서에는 특이한 이름의 차트가 실렸습니다. 오타와대학의 경제학자 마일스 코라크 교수의 ‘위대한 개츠비 곡선’을 인용한 것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이후에도 이와 관련된 연설까지 하면서 애착을 보인 탓에 꽤 큰 화제가 됐습니다. <그림1>은 이후 코라크 교수가 숫자를 업데이트해서 ‘경제적 불평등, 기회의 평등 및 사회적 이동 가능성’(<저널 오브 이코노믹 퍼스펙티브> 2013)(▶https://doi.org/10.1257/jep.27.3.79)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발표한 것입니다.

 

가로축은 지니계수로 표현한 현시점의 경제적 불평등 정도를 나타냅니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불평등한 사회입니다. 세로축은 세대 간 소득탄력성이라는 지표인데, 부모가 잘살수록 자녀 역시 잘사는 정도를 표현한 것으로 위쪽으로 갈수록 부와 소득이 세습되는 경향이 강한 사회입니다. 오른쪽 윗부분에 위치한 미국, 영국, 이탈리아는 불평등도 심하면서 부의 세습도 강한 나라이고, 왼쪽 아래에 있는 북유럽 국가들(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은 반대로 불평등 정도도 작고 세습도 약한 나라입니다. 오바마는 이 차트를 통해 미국이 불평등할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희망도 작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 학자들의 여러 추계에 의하면, 한국의 세대 간 소득탄력성은 대체로 부의 세습이 매우 강한 영미권 국가와는 뚜렷이 다르고, 세습이 약한 북유럽 국가들과 오히려 유사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부의 대물림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통계청은 1999년부터 올해까지 총 여덟차례 ‘사회조사’를 수행했는데, ‘자녀 세대에 계층이 높아질 가능성’을 묻는 항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결과를 요약한 <그림2>를 보면, 자녀 세대가 계층상승할 가능성을 낙관(‘매우 높다’와 ‘비교적 높다’)하는 비율이 1999년 65%에서 2017년 31%로 낮아졌고, 비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54%로 치솟았습니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다른 자료도 있습니다. 광주과학기술원 김희삼 교수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보고서 ‘세대 간 계층 이동성과 교육의 역할’(2014)(▶http://www.kdi.re.kr/research/subjects_view.jsp?pub_no=14159)에는 한국개발연구원과 오사카대학의 자료를 이용한 국제 비교가 실려 있습니다.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에 대한 동의 정도를 한국·미국·일본·중국 국민들에게 각각 물어 이를 비교한 <그림3>을 보시죠. 미국·일본·중국의 경우, 성공에 노력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는 비율이 전체 세대에 걸쳐 균일한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층은 4개국 중에서 가장 믿음이 강했고(70대 76%), 청년층은 4개국 중 가장 낮았습니다.(20대 51%) 이런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우리 국민들이, 특히 우리 청년들이 터무니없이 비관적이라고 봐야 할까요? 관련 학자들과 대화한 바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우리 사회가 역사적으로 부의 세습이 낮은 사회에서 높은 사회로 옮겨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국내 여러 연구에서 이동성이 낮아지고 세습이 강화되는 경향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기사2.JPG

 

‘중요한 불평등기제’로 변해버린 교육

 

교육수준이 소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학자들은 세대 간 이동성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교육에 특별히 주목합니다.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때 소수만 누릴 수 있던 교육 기회가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와 대학까지 지속적으로 보편화되면서 점차 많은 사람이 좋은 일자리와 소득 증대의 열매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고도산업화 시기의 경험입니다. 이때는 말 그대로 교육이 ‘중요한 평등기제’(great equalizer)로 작동했던 것이죠. 그런데 사상 최고로 교육수준이 높아진 지금, 교육이 여전히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지 오히려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높은 사교육비, 강남으로 대변되는 교육 특구, 서울 소재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부유층 아이들의 비율 증대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김희삼 교수는 이것을 시기적으로 집약해서 <그림4>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그림에서 세대 명칭은 40·50대 남성의 입장에서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이 남성의 은퇴하셨을 아버지와 대부분 돌아가셨을 할아버지 사이의 사회적 지위는 상관관계가 매우 높았습니다. 할아버지의 교육·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아버지의 교육·경제 수준이 높아지는 정도가 컸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본인과 아버지의 관계는 많이 달랐습니다. 아버지의 교육·경제 수준이 본인의 교육·경제 수준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까지는 특권층만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었고 좋은 일자리는 찾기 어려웠던 데 반해, 본인 세대에선 공교육의 급격한 확대를 통해 부모의 교육수준과 무관하게 학력이 상승했고 고도성장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병행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추세는 다시 반전됐습니다. 이제는 40·50대 남성의 교육·경제 수준과 그 자녀의 교육·경제 수준을 비교하면, 둘 사이의 관련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육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의 높은 교육수준은 부모 세대의 높은 소득과 자식에 대한 아낌없는 교육비 지출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자식 세대의 교육수준과 소득 확대로 귀결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죠. 이제 교육은 거꾸로 ‘중요한 불평등기제’(great unequalizer)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미국에서도 대학이 점차 불평등기제가 되어가고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도 문제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취업 과정이 공정한지도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2011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은 교육 기회보다 취업 기회의 불공정이 더 크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 약자층에서 이런 성향이 두드러져서, 이들 계층에서 교육 기회와 취업 기회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믿는 비율은 각각 35%와 57%였습니다.

 

인적 네트워크 격차 한국이 가장 커

 

흔히들 우리 사회를 연줄이 중요한 사회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교육을 통한 인맥 형성이 취업 기회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http://www.oecd.org/statistics/how-s-life-23089679.html)를 보면, 의지할 수 있는 친척이나 지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졸자와 고졸 미만 학력자는 각각 82%와 42%가 ‘그렇다’고 답변해, 격차가 40%포인트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 격차는 한국이 오이시디 국가 중 가장 컸습니다.(<그림5>) 이를 염두에 두면 얼마 전 금융감독원이나 강원랜드 같은 공공기관의 취업 관문이 실력이 아닌 권력자의 청탁과 연줄로 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청년들의 분노가 충분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까?

 

기사3.JPG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한 작가 김영하에 따르면,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성공을 향해 발버둥치는 개츠비라는 인물은 신생독립국 미국을 의인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회의 땅은 역설적으로 세습이 강한 사회로 변모했고, 미국인들은 이제 “아메리칸드림은 미국이 아닌 스웨덴에 있다”는 냉소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세습 정도에 대해 독자 여러분 각자의 평가와 소감은 다를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 사회가 큰 방향에서 부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확대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최하위층을 중심으로 계층 이동성이 약화되었고 계층 상향 이동에 대한 희망도 저소득층일수록 약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가장 올라갈 사다리가 많이 남은 최하위층이 한 칸 올라가기도 어렵다고 느끼고 실제 그렇게 된 사회라는 것이지요.

 

저는 우리 사회가 ‘헬조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사회가 점차 ‘헬’에 가까워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우리 세대의 노력으로 우리 아이들과 세계인들에게 ‘기회의 땅 코리안드림’을 보여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차트 읽는 남자는 올해를 시작하겠습니다.
 

출처 : 한겨레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26593.html#csidxaa0552d2c5b538a9da600d216c25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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