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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빠진 부산 공공의료] 애 낳기 힘든 부산… '늦은 밤 산통 올까' 두려운 산모들

 

지난해 봄 부산에 사는 산모 A 씨에게 갑자기 복통이 찾아왔다. 동네병원이 문을 닫은 깊은 밤. 황급히 남편과 찾은 강 건너 유명 종합병원은 경영 문제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또 다른 종합병원으로 향했지만 응급실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었다. 결국 더 멀리 대학병원으로 세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도로 위에서 2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뱃속 아이는 사망하고 말았다.
 
'24시간 분만' 공공병원 없어 
민간 산부인과 의존 불가피 

 

부산의료원 분만 3년간 전무  


의료비 지원 조금씩 늘지만  
병원비 함께 늘어 효과 미미 

■지원금만 주면 끝? 


출산을 3개월 앞둔 예비맘 윤정희(30·여) 씨는 임신을 하고 나서야 분만은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초기엔 보건소에서 국가필수검진 등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동네 산부인과를 찾는다. 보건소에선 아이를 낳을 수 없고, 낮밤을 가리지 않고 분만을 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부산에 없기 때문이다. 윤 씨는 "애가 낮이든 밤이든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분만 가능한 동네병원에서 항상 대기해 줘야 한다"며 "예비엄마들이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민간 산부인과를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앞다퉈 출산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이 임신 기간 의료비를 지원하는 고운맘카드, 출산장려금 등 현금을 쥐어주는 방식이다. 정작 출산의 기본인 분만 인프라 확충은 먼 얘기다. 부산시 아이·맘 플랜에도 '분만'은 빠져 있다. 공공병원인 부산의료원에는 분만실(야간 불가)이 있지만 최근 3년간 분만 실적은 '제로'. 부산의 산모들이 밤에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그나마 가까운 공공병원은 양산부산대병원이 유일하다.

'현금 지원'도 현실에선 큰 도움이 못 된다. 출산만큼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2008년부터 도입한 고운맘카드는 20만 원이던 지원금이 현재 50만 원까지 대폭 늘었지만 산모들은 늘어난 지원을 체감하지 못한다. 금액이 늘어난 만큼 민간 병원의 병원비도 덩달아 늘었기 때문이다. 민간 산부인과에선 각종 검사 항목을 더 늘리고, 20만 원짜리 고급 영양제까지 등장하는 등 자부담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최근 부인이 둘째 아이를 출산한 장 모(36)씨는 "첫째 때보다 둘째 낳을 때 지원금이 늘었지만, 병원에서 권하는 검사 항목이 많아지고 좋은 주사와 영양제라며 병원에서 권하는 것도 많아 임신 6~7개월쯤 고운맘카드 지원금을 소진하는 건 비슷했다"고 말했다. 부산 엄마들이 이용하는 육아커뮤니티에는 '건물을 새로 지어 올린 병원은 비급여 검사도 많고 비싼 주사를 권한다'며 '지어진 지 오래된 병원을 가면 산전 검사비를 아낄 수 있다'는 팁이 돌아다닐 정도다.

■병원 수익에 밀려서야 

분만 관련 공공병원이 전무한 부산에선 민간이 '임시방편'으로 공공의 역할을 떠안고 있다. 부산시와 보건복지부가 위탁·지원하는 수영구 남천동 가족보건병원은 부산에서 유일하게 분만비를 전액 지원하는 병원이다. 15만 원 상당의 비급여 검진 항목도 무료 혹은 3만 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영양제도 5만 원 안팎이라 실속파 엄마들이 주로 찾는다. 그러나 뿌리부터 공공이 아닌 탓에 한계가 뚜렷하다. 가족보건병원 내 산부인과 의사는 딱 1명. 대기 환자가 밀려 '지정한 날짜'에만 출산이 가능하다. 야간에는 조산사 1명만 대기한다. 결국 실속파 엄마도 출산이 다가올수록 민간 산부인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전액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보건의원의 지난해 분만 건수는 108건, 부산시 전체 분만 건수의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병원 수익과는 상관 없이 산모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진료하고 신생아집중치료실을 갖춘 종합병원급 분만실과 신생아실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 또한 특정지역에 몰려 있는 실정이다.

2016년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난해 고위험 산모 339명이 여기서 분만을 했다. 지난해 기준 부산지역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는 151개 병상이 있지만 종합병원 3곳이 있는 서구에만 전체 3분의 1(53개 병상)이 몰려 있어 원거리 산모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특히 명지신도시와 정관신도시 등 젊은 엄마들이 많이 거주하는 강서구와 기장군에는 이런 센터가 전무하다. 

보건의료 관련 부산지역 한 의사는 "산모와 태아의 안전과 관련한 필수의료서비스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병원보다 공공의료체계가 담당해 중심을 잡아줘야 민간병원에도 영향을 줘 전반적인 출산 인프라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1.jpg

 

조소희 기자 sso@busan.com 

 

출처 : 부산일보

원문보기 :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8030700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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