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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짐승 취급도 못 받았다"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형제복지원의 트라우마는 가족과 내 삶을 무너뜨렸습니다. 우리들의 고통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본보 취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부산일보사 인터뷰룸에서 부산에 거주 중인 형제복지원 피해자 5명을 만났다. 모두 50대에 접어든 중년 남성들이었지만,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소년시절의 끔찍한 기억만큼은 정확히 되짚어냈다.

아동소대 배치된 소년들  
30㎏ 모래 포대 져 나르고   
하루 100개 못 채우면   
방망이 부러질 때까지 맞아   
실려간 아이들 다시는 못 봐
 

"우리 존재 자체가   
국가가 저지른 범죄 기록   
끝까지 그 죄를 물을 것"
 

김영수(56) 씨는 1977년 어느날 등굣길에 영도구청 공무원에 붙잡혔다. 영문도 모른채 구청에 잠시 앉아 있으니 형제복지원 직원들이 와서 김 씨를 지프차에 실어갔다. 아동소대에 배치된 이후 김 씨는 매일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작업장에서는 형제복지원 신축 건물을 짓기 위해 10대 소년들에게 모래나 자갈을 포대에 담아 수백m 거리를 왕복하며 옮기게 했다. 포대 자루의 무게는 개당 20~30㎏에 육박했다. 관리직원들은 하루에 1인당 100개씩 날라 옮기도록 할당을 했다. 이를 못 채우면 모진 매질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김 씨는 "야구방망이로 엉덩이와 허리 등을 집중적으로 때렸는데 뼈가 부러지는 건 상관 없고 방망이가 부러져야 매질을 멈췄다"며 "매를 맞다가 대소변을 지리는 경우도 허다했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도 많았는데 치료 같은 건 꿈꿀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면의 한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놀다 단속반에 붙들려 형제복지원에 들어간 김용식(55) 씨가 있던 소대에서는 곡괭이 자루로 몽둥이를 만들어 매질을 했다. 특히 형제복지원에서 도망치려다 붙잡힌 아이들은 말그대로 '죽을 때까지' 맞았다. 김 씨는 "탈출을 시도한 아이들은 주먹질과 매질로 곤죽이 될 때까지 맞는다"면서 "그러다 쓰러지면 밤새 그 자리에 뒀다가 그래도 안 일어나면 다른 건물로 데려갔다. 그렇게 실려 나간 아이들을 다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쉽게 말해 죽은 것"이라고 증언했다. 

어렸을 적 마산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김영환(54) 씨는 1977년 어머니를 찾기 위해 부산역에 왔다가 역전파출소 경찰관들에게 끌려갔다. 김 씨가 생활하던 소대에서는 한 방에 70~100명씩 생활했다. 김 씨는 그 방의 크기를 군대 내무반 정도로 기억했다. 한꺼번에 1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잠을 자려면 똑바로 눕지 못하고 모두 모로 누워야 했다. 취침할 때 소대장이나 중대장에 의해 빈 공간이 발각되면 또다시 매질이 시작된다.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밤새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김 씨는 8년 뒤인 1985년이 돼서야 동료들과 함께 형제복지원의 옹벽을 넘어 탈출에 성공한다. 김 씨는 "부산 근처에만 있어도 형제복지원에 또 잡혀갈 것 같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울로 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1987년 형제복지원이 세상에 알려져 해산한 뒤에도 유년시절의 악몽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부산지역 피해자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손정민(50) 씨는 "대부분의 아동 입소자들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할 정도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사회에서 '형제복지원 출신 부랑자'라는 낙인을 찍을까봐 스스로를 검열하며 사회와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손 씨의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된 아들을 찾아다니다 3년여 만에 병을 얻어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충격 탓에 손 씨는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해오면서 아내와 자식에게 형제복지원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다 최근에서야 이 사실을 털어놨다. 피해자 가운데서는 아직도 어두운 곳에 혼자 있지 못하거나, 폐쇄공포증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모임 한종선 전국대표는 "오늘로 150일째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존재 자체가 국가가 저지른 범죄의 기록이고 증거다. 끝까지 살아남아 국가에게 죄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출처 : 부산일보

원문보기 :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8040400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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