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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그리고 산책>

 

 

가을 가을한 은행나무와 커피가 있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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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깥은 참으로 가을 가을하다. 몇 백 년 만의 지진과 쓰나미와도 같았던 폭우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 온 부산의 산이며, 길들도 언제 그런 때가 있었냐는 듯 얄밉게도 울긋불긋 가을맞이 중이다. 계절의 흐름이란 너무도 신비해서 그 찰나를 대표하는 단풍을 만나기 위해 돈과 힘을 들여 멀리 유명한 산으로 오를 필요 없이, 우리 동네 뒷동산으로 산책을 나가보자.

 

 

높은 곳에서 한 발 물러나 바라본 만덕동 레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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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장난감 같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멀리서 보면 장난감 블록집을 쌓아 놓은 것만 같은 이 마을은 일명 레고마을이라고 불린다. 이 주택들은 1986년에 정부 정책에 의해 지어진 우리나라 마지막 국민 주택으로, 계획적으로 지어진 주택들이다. 당시 가격 4,400만원에 거래가 되던 고급 주택이다. 당시 주변 주택 가격이 1,100만원 정도였다고 하니 꽤나 비싼 집이었다.

레고마을의 압권은 마치 파스텔로 칠해놓은 듯 한 지붕이다. 때문에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지붕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감상 포인트는 밝히지 않는다.

멀리서 볼 때는 똑같이 생긴 집에 지붕 색깔만 다른 듯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골목골목을 거닐다 보면 주택들이 가진 각양각색의 다른 매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한적한 골목인데도 대문 열어놓고 사는 집이 제법 보인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낮은 울타리 너머로 정원이 참 예쁘다. 마당에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집들도 많다. 집집마다 감나무며 귤나무며 참다래 같은 나무들이 골목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더한다.

정원 있고, 해가 잘 드는 2층집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이사준비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덕 사람들의 가을 은행잎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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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주택을 충분히 구경했다면 만덕시장 골목으로 이동해 본다. 주택가 주변에 작은 규모로 들어서 있는 이 시장에는 실속 있게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만덕고갯길에는 도둑이 들끓어 여기를 오르내리던 사람들의 물품을 털어 갔는데 이 고개를 넘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넘어야 했기 때문에 만등고개라고 했고, 그것이 만덕으로 되었다는 설이 있단다. 그래서인지 만덕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 시장도 비탈길 중간 즈음에 들어서 있다.

이 시장부터 시작되는 만덕 은행나무길은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될 때까지 이어져 있다. 은행나무들은 1986년에 만덕 택지개발을 하면서 조경수로 심어진 것들인데, 20여년이 흘러 도로 양 옆을 따라 노란터널을 이루게 되었단다. 은행나무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지만 떨어지는 은행잎을 얼굴로 받아내는 것은 비 추천한다. 경험상 꽤 아프다.

은행나무 뒤편으로 죽 늘어서 있는 집들이 그림같이 어우러져 있는 것도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커다란 나무가 집 앞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면 답답함을 느낄 만도 한데, 이 동네 사람들한테는 이 은행나무들이 커다란 자랑이라고 한다. 공존이라는 단어가 새삼 떠오른다.

2003년부터 개최되는 ‘만덕사람들의 가을 은행잎 축제’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11월에 만덕 백양근린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몇몇 뜻있는 마을 주민들이 주민화합을 위해서 시작한 은행나무 축제는 지금은 매년 나무와 사람,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의 한마당이 되고 있다. 다른 지방 자치단체의 축제와 달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대지 않고 주민들의 모금과 기부를 중심으로 열리고 있다고 하니, 축제의 의미가 새삼 숭고해보이기까지 한다.

11월, 비가 오지 않는 주말에 맞춰 산 속의 낭만이 있는 도심지를 노란 은행나무와 함께 걸어보자.

 

 

커피향이 흐르는 자활 홍보관, 희망나무 Hope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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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정 지하철역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모던한 느낌의 카페가 눈길을 끈다. ‘희망나무’라는 카페 이름 간판 옆에 자활 홍보관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이제껏 보아온 자활 카페 중 단연 큰 규모일 뿐 아니라 깔끔하고 예쁜 인테리어가 압도적이다. 벽면 곳곳에는 자활 사업 현황표나 연혁 등이 마치 일부러 디자인 해 놓은 것처럼 전시되어 있어 인테리어와 홍보 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이 카페는 단순하게 커피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활사업의 역사와 부산지역자활센터 현황을 소개하고 전국의 지역자활센터에서 생산한 자활생산품을 전시•판매하는 자활 홍보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빛차린꽃사업단, 체험실 등을 함께 운영해서 지역사회 자활사업에 대하여 홍보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단다. 여기에 맛 좋은 커피와 분위기를 함께 판매함으로써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들은 모두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이라고 한다. 물론 커피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는데다, 참여주민들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술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맛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보장한다. 게다가 아메리카노 한잔에 2,500원, 베이글은 3,000원이니 가격도 다른 카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앞으로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하는 작은음악회, 원예치료, 소품공예, 바리스타체험 등 여러가지 소규모 교육모임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지역공동체의 중심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문화감수성이 촉촉하게 스며들 때까지 희망나무 카페를 응원해본다.

 

 

글 : 한송희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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