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그리고 산책>
여행일정 짜기도 귀찮은 당신을 위한 부산 산책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가 녹아 이상한파가 이어지는데다, 올 겨울은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평년보다 더 춥다고 하니, 안 그래도 위험한 이불 밖 세상은 몸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 것 같다. 그래서 춥지 않으면서도 부산의 관광 명소들을 쏙쏙 족집게 명 강의 마냥 답사할 수 있으며,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아도 돼 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는 부산 버스투어를 소개해 본다.
레드, 블루, 그린라인 그리고 점보버스 ‘부산시티투어버스’
부산시티투어버스는 부산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시티투어 버스 노선이다. 부산시티투어버스는 2002년 월드컵과 아시아경기대회 등의 각종 국제대회를 앞두고 외국 관광객이 부산을 쉽게 여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운행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2006년 부산관광공사에서 운영을 맡게 된 이후 누적 승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부산시티투어버스는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시티투어버스이다.
게다가 지난해 10%대에 머물던 외국인 관광객 탑승률이 올해 들어 20%대를 넘어섰고 탑승 만족도를 92%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이나 휴가 목적으로 부산을 방문하는 외국인 또는 타 지역 시민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있어서도 편리하게 부산여행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한다. 부산시티투어버스는 레드라인, 블루라인, 그린라인과 함께 최근 운행이 시작된 점보라인까지 총 4개의 코스가 있는데 각 15,000원의 탐승요금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2층 오픈 탑 버스는 레드라인만 운행한다. 부산역, 부산항대교, 광안리해수욕장, 해운대해수욕장, 벡스코, 광안대교 등 14개 관광지를 30분 간격, 하루 15회를 순환 운행하는 레드라인은 부산의 가장 유명한 명소들을 편리하게 연결하고 있어서 인기가 많다.
해동용궁사, 달맞이길, 송정해수욕장 등 동부산 방면으로 30분 간격, 하루 12회를 운행하는 블루라인은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버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 위 아름다운 사찰과 울창한 송림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오륙도와 황령산 등 이기대 방면으로 40분 간격, 1일 12회 운행하는 그린라인은 하늘과 바다가 맣닿은 수평선을 만끽할 수 있다.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태종대 코스의 점보버스는 다른 시티투어버스와는 다르게 아쉽게도 무료 환승이 불가하여 별도의 환승요금 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산복도로 버스여행 ‘만디버스’
산고개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인 산만디에는 부산의 삶과 역사가 담겨있고, 그 속에 다양한 볼거리를 찾아볼 수가 있다. 그 모든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산복도로 버스투어가 성인 기준 10,000원으로 가능하다. 산복도로 구석구석을 잇는 만디버스는 부산역을 출발, 영도와 송도해변을 지나 감천문화마을, 닥밭골행복마을, 민주공원, 초량 이바구길을 경유하여 다시 부산역으로 돌아오며 순환하는데 약 1시간 40분 정도가 걸린다.
시티투어버스와는 다르게 작은 규모의 버스로 운영이 되는데, 작지만 시티투어버스답게 다양한 설비들이 있다. 몇몇 버스에는 하늘을 볼 수 있는 선루프가 설치되어 있고, 좌석마다 USB단자가 설치되어 있어 간단하게 스마트폰 충전도 가능하다. 또한 앞쪽의 모니터에는 투어코스의 영상과 함께 육성으로 안내가 지원되니, 지금 가고 있는 이곳이 어떤 곳이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그저 산 중턱까지 차올라 있는 집들이 굽이굽이 있구나 하고 지나쳐 버릴 수 있을 법 한 곳들의 스토리텔링들이 가득하다.
산비탈을 따라 이어지는 역사를 품은 골목골목, 그리고 그 곳에서 펼쳐지는 절경을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까지. 가다가 마음이 끌리는 곳에 언제든지 내려서 실컷 구경을 한 후, 다음 회 차 만디버스를 다시 탑승할 수도 있다. 다만, 좁은 도로를 움직이는 차량들과 여러 가지 사정들에 의해 정차 시간이 꼭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정관가는 2층 급행 좌석버스
어느 날 서면 버스정류장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분명 1010번 전광판과 노선도를 달고 있는 좌석버스가 2층 지붕을 얹고 있는 것을 보고, 정류장에 서 있던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핸드폰을 꺼내들고 인증샷을 찍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부산시에서 10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하루 4회 시범적으로 운행한 버스라고 한다.
2층 버스가 투입된 정관-서면 노선은 출퇴근 시 승객이 집중되어 항시 만차로 운행되다보니, 증차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다. 버스의 차량 높이 제한으로 인해 평소 운행되던 길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010번 버스 노선을 그대로 운행한다.
정관에서 부산 시내로 출퇴근 또는 통학하는 사람들은 마치 여행가는 것 같은 기분이라는 반응들이다. 이번 시범운행을 통해 운행 적합성, 버스 승객의 이용 편리성, 안전성 등을 분석해 향후 시행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1,700원을 내고 탈 수 있는 2층 탑 버스는 참 매력적이다. 다만, 이 버스는 한꺼번에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버스보다는 20~30분 정도 운행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니 고민스러운 부분이기는 하다. 정관에 갈 일이 있다면, 아니 없더라도 일을 만들어서 1010번 버스 한번 타보려 한다.
글 : 한송희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