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구종합사회복지관 윤범준 사회복지사를 만나다.
Q 선생님 소개와 기관 소개, 그리고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금정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재가노인지원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윤범준 사회복지사입니다. 2015년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해 어르신과 주민들을 만나며 어울리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이 마을에서 이웃들과 건강하게 어울리며 살아가실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르신들과 1:1 상담을 하면서 어르신들의 이웃을 만나서 마을에서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주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홀로 사시는 어르신 10분과 매월 1회씩 자조모임을 진행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Q 많은 사회복지 분야 중 종합사회복지관(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을 택한 배경과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현장에서 사회복지를 실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재가노인지원서비스를 하면서 어르신들을 주로 만나고 있지만 종합사회복지관 부설 센터인 만큼 복지관에서 다양한 주민들을 만나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이 이 분야를 선택한 배경이자 이유입니다.
어르신, 아동, 청소년, 청년, 중장년층, 여성, 장애인 누구라도 마을에서 홀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분들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이웃들이 존재하고 그들과 어울리며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입니다.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것이 지역사회복지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고령화 사회’라는 단어가 어르신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르신들의 삶의 경험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큰 도움과 가르침이 됩니다. 그런 것이 터부시되는 지금 우리 공동체에서 어르신들의 역할을 어르신들과 함께 살리고 싶어서 재가노인지원서비스를 하게 되었고 이런 꿈이 있어서 지금도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연대와 관계’입니다. 주민들의 연대와 관계가 사회복지의 근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문제, 특히 정신건강의 문제들도 이러한 관계를 통해 더욱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쉽게 표현하면 우리 복지관의 미션인 ‘살고 싶은 동네, 주민이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지금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입니다.
Q 윤범준 선생님이 주로 만나는 당사자가 65세 이상의 어르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최근 세대 간의 갈등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는 만큼 청년인 사회복지사가 어르신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과 소통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A 제가 어르신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드리니 어르신들과 통하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삶은 지금 세대가 감히 상상하기 어렵지요. 때문에 섣불리 제 나름의 기준으로 어르신들의 삶을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어르신들의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다보니 그 다음엔 어르신들이 저의 생각을 물어보셨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니 어르신들도 충분히 이해해주셨습니다. 어르신들과 저의 관계가 인간적으로 맺어지니 어르신들이 하실 수 있는 것들을 부탁드리게 되고 어르신들도 흔쾌히 함께 해주셨습니다. 어르신들도 본인들이 ‘진짜 욕구’를 편하게 말씀해주셨지요. 그 다음엔 무엇을 할까요? 어르신들이 어울리고 싶은, 어르신과 어울리고 싶은 주민들을 함께 만날 수 있었습니다. 눈에 띄는 도움은 아니더라도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마을에서 조금씩 만들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핵심은 인간적으로 맺어지는 깊은 관계입니다.
Q 최근 사회의 가장 이슈가 되는 키워드가 ‘워․라․밸’입니다. ‘워․라․밸’을 실천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실천하시나요?
A ‘워․라․밸’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단순히 ‘9to6’가 지켜져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와는 먼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니 그 외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있는데 일을 핑계로 나 스스로 미루었다는 뜻밖의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불필요하게 소모하고 있던 시간들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일을 하는 시간에 집중해서 하려고 하니 제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더 넉넉해졌습니다. 제가 배우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니 사회복지사로서의 동기부여도 더 강해졌습니다.
물론, 지금 사회복지 현장에서 처우개선이 많이 필요합니다. 제가 누리는 것들과 같이 누리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동료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처우개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회복지사가 일도, 삶도 재미있게 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누리는 것들도 많은 선배와 동료들이 앞서서 닦아놓은 결과인 만큼 저 또한 언제든지 혼자 누리지 않고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연대하고자 합니다.
Q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또는 어떤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A 주민과 함께 성장하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저는 지금 혼자 금정구 서동 옥탑방에서 살면서 주민들을 수시로 만나고 있습니다. 그들과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관계를 맺어가면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함께 한 만큼 주민들과 더 깊게 관계를 맺어가고 함께 생각하면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A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회복지사들이 많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문제에는 누가 관심을 가질까요?
우리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있습니다. 사회복지사협회, 사회복지협의회 등 우리를 대표하는 기관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의 노동권, 인권 등을 포함해 다양한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힘이 되는 방법은 우리가 먼저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난보다는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복지국가를 꿈꾸는 사회복지 노동자니까요. ‘노인의 문제는 노인이 앞장서서 해결한다.’라고 많은 선배시민들이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우리의 힘을 키우는 것도 우리가 먼저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