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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5 10:00

가난하면 밥 굶는게 당연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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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면 밥 굶는게 당연한가요?

 

- 국제 구호단체 기아대책에서 ‘청년 도시락’ 사업을 하고 있다. 밥값 걱정에서 벗어나 공부와 취업 준비 등에 쓸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식권 비용을 지급한다.

대학생 ㄱ은 일주일에 한 번 폐점 시간에 맞춰 동네 대형마트에 갔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할인 스티커가 붙은 삼각김밥 대여섯 개를 집어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집에 와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매일 아침 하나씩 가방에 넣고 나갔다. 점심때가 되면 차갑긴 하지만 먹을 만하게 녹은 삼각김밥을 학교 벤치에 혼자 앉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ㄱ은 이렇게 대학 생활 4년의 점심을 때웠다.

취업준비생 ㄴ은 하루 식비를 2000원으로 제한했다. 아침은 굶고, 점심은 가장 싸고 빠른 컵라면, 저녁은 배도 채우고 잠도 깰 수 있는 커피믹스로 해결했다. 인스턴트 음식 탓인지 매일 배가 고픈데도 체중은 1년 새 10㎏ 넘게 불어났다. 도서관에 앉아 공부할 때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가 창피해 몇 번이고 화장실로 도망갔다.

오늘도 많은 청년들이 눈물 젖은 ‘흙밥(흙수저 밥의 준말)’을 먹는다. 높은 주거비, 일찍부터 떠안은 학자금 대출, 아르바이트 일터에서의 착취, 좁은 정규직 취업의 문…. 골이 깊고 광범위한 청년 문제의 시작과 끝에 바로 ‘밥’이 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청년들은 지금 현재의 밥을 가장 먼저 포기한다. 거르는 끼니 수만큼 쌓이는 우울감과 건강 부채는 또다시 청년들의 미래를

위협한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다가 오히려 미래의 발목이 잡혀버리는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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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청년들은 지금 현재의 밥을 가장 먼저 포기한다.

 

다행히 청년들의 밥에 대한 작지만 따뜻한 관심이 피어나고 있다. 올해 봄부터 국제 구호단체 기아대책에서 시작한 ‘청년 도시락’ 사업(kfhi.or.kr/dosirak)이 대표적이다. ‘밥값 걱정에서 벗어나 공부와 취업 준비 등에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고 싶은’ 청년 취약 계층에게 재학 중인 대학의 식권을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해준다.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 사업은 여러 주체에서 하고 있지만 식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매우 드물다. 사회가 젊은이들의 밥을 돕는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청년 도시락을 통해 밥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게 된 대학생들에게 ‘먹고’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에게 밥 한 끼는 현재에 대한 위로이자 미래를 향한 격려였다.

 

■친구가 “맛있는 거 먹자” 하면 숨이 턱 막혔다

강원도의 한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황혜수씨(가명·20)는 돈이 부족할 때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이 ‘밥’이었다. 매일 아침은 거르거나 우유 한 컵으로 때웠고, 점심때 친구들과 학식(학교 식당)이나 배달 음식을 먹게 되는 ‘큰 지출’이 생기면 저녁은 굶었다. 전공 특성상 밤샘 작업이 이어지는 날들이 많아, 밥과 함께 잠도 늘 모자랐다. 결국 지난해 말 독감과 함께 위염이 겹쳐 한 달 내내 고열로 앓아누웠다. 그때 떨어진 면역력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 조금만 무리하면 쉽게 아프고 피곤해진다. 황씨의 나이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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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대책의 ‘청년 도시락’ 사업 홈페이지(kfhi.or.kr/dosirak).

 

밥값 걱정은 몸뿐 아니라 마음도 아프게 했다. 수중에 돈이 떨어져 3000원짜리 학식도 사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월말, 친구들이 “야, 오늘은 학식 말고 밖에서 맛있는 거 먹자”라고 하면 황씨는 숨이 턱 막혔다. 우르르 나가는 무리에서 빠져나가기 힘들어 함께 가면서도 황씨는 내내 머릿속에서 돈 계산을 했다. 맛있는 음식도 맛있지가 않았다. 그런 자신이 궁상맞은 사람처럼 느껴져 또 한 번 스트레스를 받았다.

청년 도시락으로 식비를 지원받은 뒤 몸과 마음을 짓누르던 부담들이 많이 덜어졌다. 전에는 챙겨 먹을 엄두가 안 나던 아침 식사를 꼭꼭 먹는다. 매일 아침 학교 식당에서 백반으로 든든히 속을 채우고 수업을 들으니 집중력도 높아지고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도 좋다. 친구들이 외식 제안을 해도 숨 막히는 일이 사라졌다. 식비를 지원받아 아낀 돈으로 그간 가고 싶었지만 비싸서 망설였던 전시회도 보러 갔다. 무작정 굶어서 돈을 아낄 때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여유다.

 

■“밥을 먹으니 사람 눈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의 한 대학생 이원효씨(가명·24)는 키 173㎝에 몸무게 55㎏을 기록한 적이 있다. ‘못 먹어서’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부모님의 지원 없이 대학 생활을 이어 나가려니 제대로 밥을 먹기 힘들었다. 먹는 것보다 방세, 교재비, 통신비가 더 급했고 그 지출을 위해선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일하다 보면 밥 먹을 시간이 없었다. 일주일에 일곱 끼, 그러니까 하루에 한 끼만 먹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나마 하는 식사라곤 이동 시간에 길거리를 걸으면서 먹는 편의점 빵·김밥 정도였다. 가뜩이나 살이 안 찌는 체질이어서 점점 말라갔다. 아르바이트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면 쓰러져 자기만 했다. 면역력도 떨어져 매일매일 감기 몸살과 편두통에 시달렸다.

청년 도시락 사업으로 식비를 지원받고 나서 일단 아르바이트를 줄였다. 편의점에서 1500원 남짓으로 해결하는 끼니 대신 학교 식당에서 밥과 국, 반찬 3가지가 갖춰진 백반을 먹었다. 조금씩 체중이 불어났다. 그간 이씨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흉하게 마른 얼굴’이었다. 얼굴 살이 많이 빠져 만나는 사람마다 “어디가 아프냐” “잘 안 먹고 다니냐”고 묻는 통에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잘 안 마주치는 습관이 들었다. 그 탓에 ‘나를 무시한다’며 오해해 관계가 틀어지는 사람도 생겼다. 밥을 제대로 챙겨먹고 얼굴 살이 붙으면서, 이씨는 이제 조금씩 고개를 들고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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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은 청년들이 ‘가장 싸게, 가장 빨리’ 끼니를 해결하는 공간이다.

 

이씨는 “돈 없고 배고픈 현실에 더해, 기성세대의 사회적 인식 또한 청년들을 힘들게 한다”라고 말했다. “기성세대의 노력과 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시대상과 최근의 시대상은 많이 바뀌었는데 그때를 투영해 현재 청년들에게 ‘그것도 못 참느냐’ ‘우리 때는 다 못 먹고 컸다’고 한다. 그런 언사가 우리에게 큰 부담을 주고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힌다.” 


■“가난하니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경기도에 사는 대학생 김성미씨(가명·23)도 청년 도시락 사업으로 학교 식권을 제공받으면서 가장 먼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애초 그 일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밥이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 음식을 퇴근길에 챙길 수 있어서 밥값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식비 지원을 받으니 굳이 바쁜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이어나갈 필요가 없어졌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씨에게 가장 소중한 ‘공부 시간’도 확보됐다. 학교 식권 값도 부담이 돼 꼭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어야 했던 예전과 달리, 도서관과 가까운 학교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공부하러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조금 앉아서 공부하다 보면 아르바이트 시간, 또 조금 지나면 곧 집에 가 밥 먹을 시간이 찾아와 길게 공부를 이어나가기 힘들었던 김씨는 이제야 제대로 공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권에 몇만원씩 하는 수험서를 살 돈이 없어서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교재를 공책에 필사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만큼 김씨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돈을 벌지 않고 대학을 ‘선택’했기 때문에 김씨는 자신의 배고픔을 당연히 참고 견뎌야 한다고 여겼다. 장학금으로 학비가 해결되는 게 어디냐며, 밥값 같은 것이야 알아서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 여겼다. 돈 없으면 굶는 게 당연하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청년 도시락 사업으로 식비를 지원받으면서 처음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식비까지는 사치가 아닐까?’ ‘식비야 내가 더 줄이면 되는데….’ 하지만 한편으로는 처음으로 사회가 주는 밥을 먹게 되면서 ‘인권이 보장되는 느낌’ 같은 걸 받았다. 식비를 받기 전에는 몰랐던 느낌이다. 편의점 폐기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길어질수록 배탈이 잦아져도, 커피 값과 밥값이 부담스러워 조별 과제 모임에 빠지게 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포기하고 체념해왔다. 제대로 먹게 되니, 그런 일들이 꼭 당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씨는 평소 청소년 복지관에 봉사활동을 자주 다녔다. 가난해서 더 우울하던 사춘기 시절 자신을 끌어줄 언니 오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황하는 동생들에게 진로 정보도 찾아주고 상담도 해준다. 밥을 든든히 챙겨먹고 나서 봉사 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한다. “저도 그랬지만… 가난하면 진로 고민 같은 걸 안 해요. 무조건 돈을 먼저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뭘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그런데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가난해도 꿈을 꿔도 되는구나, 원하는 걸 도전해봐도 되는구나…. 이런 걸 스스로에게도, 또 방황하는 동생들에게도 얘기해주고 있어요.”

 

출처 : 시사in

원문보기 : http://m.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0671&utm_source=d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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