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자몽프로젝트 051영화제
'한 장 스토리' 공모전
본선진출작 - 우수작품상
"사람이 먼저 복지가 되어야 한다"
글 : 윤순연
요즘은 나이가 많아도 얼마든지 건강한 사람도 많고 젊었다고 다 건강한 것은 아니라고. 우리같이 젊은 사람이 아니 내 나이 50대 중반이면 그렇게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저 젊은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는 계단을 잘 오를 수 없는 무슨 사연이 있겠지? 라는 그런 생각들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
내가 생각하는 부산의 복지는?
사람이 먼저 복지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지하철을 타고 구포시장을 갔다. 바로 옆에 계단이 있었지만, 지체장애인인 나는 계단 오르는 게 너무 힘들어 시장을 갈 때마다 좀 오래 기다리더라고 항상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나는 항상 허리가 안 좋아서 몇 번의 수술을 받았고 수술 도중 신경을 잘못 건드려서 오른쪽 다리는 마비가 왔다. 1년 정도의 재활 치료로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계단 오르는 것은 좀 힘들다. 몇 년 전에는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나이는 50대이지만 몸은 80대라는 말까지도 들었다.
남들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니까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항상 좀 미안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었다. 그날도 낮이라 많은 노인이 길게 줄 서 있었고 나도 그사이에 줄 서 있었다. 그때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말씀은 안 하셨지만 젊은 사람이 이렇게 복잡한데 웬만하면 계단으로 가지? 하는 눈치였다. 나는 다시 계단으로 가기도 그렇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어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와 빨리 타고 지상으로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생각했다. 요즘은 나이가 많아도 얼마든지 건강한 사람도 많고 젊었다고 다 건강한 것은 아니라고. 우리같이 젊은 사람이 아니 내 나이 50대 중반이면 그렇게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저 젊은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는 계단을 잘 오를 수 없는 무슨 사연이 있겠지? 라는 그런 생각들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어찌 보면 요즘은 청소년을 비롯해 젊은 사람들이 더 힘들고 스트레스 받고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노인분들도 젊다고 다 건강하고 다 잘 걸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그만큼 힘든 젊은 사람들을 조금만 더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부산의 복지는 사람이 먼저 복지가 되어 편견 없는 그런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