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자몽프로젝트 051영화제
'한 장 스토리' 공모전
본선진출작 - 우수작품상
"경사"
글 : 박상민
부산에 모든 공간들을 거닐어 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경사가 많았기에 도시와 사람에 대한 생각을 매일같이 하는 건축전공에 대한 특성과 또 장애인협회에서 운전기사를 하셨던 아버지에 대한 삶속에 마주했던 장애인들의 삶이 어느 순간 보이게 됐습니다. |
“ 가난과 장애는 죄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곳에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만큼은
가난과 장애는 죄가 되어 매일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
저는 대학에서 건축학과를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는 27세 대학생입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편이라 생계유지를 위해 알바를 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고 건축학과 특성상 과제에 필요로 하는 시간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정신이 깨어있는 일반적인 시간대에는 과제를 하고 또 비교적 집중력이 떨어진 새벽 시간대에는 자전거를 이용해 우유배달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타지에서 대학 공부를 하기위해 온 이 곳 부산에서의 삶이 얼마 되지 않았어서 처음에 적응을 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도시의 곳곳을 다니며 배달을 해야 하는 우유배달의 직업적인 부분들의 이점으로 부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해와 적응을 잘할 수 있었습니다. 또 배달을 하며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집들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어 전공적인 부분에도 현실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게 일을 하는 편인데 처음에 부산이 대체적으로 경사가 많다는 것을 모르고 시작했었던 일이기에 자전거를 타면서 200개가량의 우유를 배달하는 것에 체력적으로 힘든 것 또한 존재합니다.
우유배달은 일반적으로 오토바이, 자동차로 하는 편이라 경사가 있어도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이러한 교통수단을 살만큼 또 유지를 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라서 일을 진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체력적으로는 힘들겠지만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자전거를 선택했고 그렇게 자전거를 이끌고 매일같이 경사지에 있는 배달지 또는 높은 경사가 지난 다음에 나타나는 배달지에 우유배달을 하기 위해서 오르고 있는 중입니다.
부산에 모든 공간들을 거닐어 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경사가 많았기에 도시와 사람에 대한 생각을 매일같이 하는 건축전공에 대한 특성과 또 장애인협회에서 운전기사를 하셨던 아버지에 대한 삶속에 마주했던 장애인들의 삶이 어느 순간 보이게 됐습니다. 복지라는 것이 꼭 장애인들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매일같이 경사를 자전거로 오르내리며 신체가 건강한 사람들 또한 힘든 이곳을 또는 이곳을 지나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가난과 장애가 죄는 아니지만 매일같이 경사를 오르기 위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삶에 항상 죄인의 마음을 가지고서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부산에 처음 와서 마주했었던 일반적인 대중성이 있는 공간들은 엘리베이터라던지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있는 체계가 보였었지만 우유배달을 하면서 경사가 있는 주택이 밀집이 되어있는 곳에서의 모습은 그러한 복지적인 장치들이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같아서 앞으로는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경사가 있는 곳에서 그 누구의 도움이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편안하게 움직이며 활동할 수 있는 복지 체계가 잡히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