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자몽프로젝트 051영화제
'한 장 스토리' 공모전
본선진출작 - 우수작품상
"세상의 모든 바다"
글 : 안희찬
남자는 엄마를 보며 생각한다. 적은 돈이었지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작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엄마도 좋은 걸 좋다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좋은 걸 누릴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하고, 세상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
20대 중반인 남자는 바닷가 근처에서 원룸을 구해 자취를 한다.
알바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해당 구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카드(생활안정자금) 5만원 지원’ 현수막을 본다.
근처 주민복지센터에 가서 재난지원카드를 받고 나오는 남자. 5만원이란 액수에 살짝 불평하지만 이내 잊어버린다.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그의 엄마다. 반찬을 들고 가고 있다고 하신다. 남자는 반갑기도 하고, 잘 먹고 있으니 굳이 많이 가져오지 말라고 한다.
작은 냉장고에 여러 반찬통을 여기저기 집어넣는 엄마를 보는 남자. 엄마가 냉장고에 뭐가 이리 없냐고 잔소리를 하지만 남자는 엄마의 작은 등을 보며 쓸쓸하게 웃는다. 남자는 엄마에게 근처에 바다가 있으니까 여기 온 김에 바다라고 같이 보러가자고 한다. 엄마는 탐탁치 않아 하는 표정을 짓는다.
약간 흐린 날씨의 광안리해수욕장. 파도가 친다. 예쁜 다리가 보이고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거나 물놀이를 하고 있다. 남자는 웃으면서 바람을 맞는다. 그리곤 엄마에게 좋지 않냐고 묻자 엄마는 살짝 찌푸리며 바람이 많이 불어 춥다고 한다. 남자는 의아해하다가 파도 소리는 좋지 않냐 되묻는다. 엄마는 심드렁하게 시끄러워서 귀 나빠지겠다고 한다. 남자는 엄마의 말을 듣고 덜컥 실의에 빠진다. 그의 엄마는 먹고 살기도 바쁜 삶을 살며 정서적인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잊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엄마를 잠시 바라보다가 남자는 엄마에게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근처의 식당에 들어서는 두 사람. 식당 입구에는 재난지원금 이용가능처 스티커가 붙어있다. 바다를 보며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에 앉아 밥을 먹는 남자와 엄마. 엄마가 아들에게 네가 돈이 어디 있냐고 말하자 남자는 한 끼 정도는 살 수 있다고 한다. 엄마는 맨날 이런 거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좋아한다.
식당을 나와 잠시 걷는데 꽃집이 있다. 남자는 꽃집에 가보자고 한다. 엄마는 희미하게 끄덕인다.
예쁜 꽃을 사서 엄마에게 주는 남자. 엄마는 뭘 이런 걸 주냐면서 받는데 웃고 있다. 남자는 다음에 올 대는 내가 돈 벌어서 더 맛있는 거 사줄게, 하고 말한다. 엄마는 건강이 우선이니까 무리하지 말고 잘 챙겨먹으라고 한다. 남자는 엄마를 보며 생각한다. 적은 돈이었지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작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엄마도 좋은 걸 좋다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좋은 걸 누릴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하고, 세상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