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자몽프로젝트 051영화제
'한 장 스토리' 공모전
본선진출작 - 우수작품상
"어떤 하루"
글 : 김이여조(조은영, 김민주, 이수빈, 여아림)
“힘들어 보이는데 왜 계속 이 일을 하시는 거예요?” “힘들긴 하지만 저도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
다큐멘터리 pd인 진영은 사회복지관련 다큐를 만들게 되어 부산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은영을 섭외했다.
촬영 날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두 사람.
카메라 화면 속 경직되어 앉아 있는 은영이 보인다.
긴장을 풀어주고자 진영은 은영에게 “정말 착하고 좋은 일을 하시네요.”하며 너스레를 떤다.
“음...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죠.” 은영이 애써 웃으며 대답한다.
진영이 촬영시작을 알리려고 할 때 신입직원이 급하게 은영을 부른다.
메라는 은영을 따라가 신입직원에게 일을 가르쳐주는 모습을 담는다.
은영은 다시 돌아와 인터뷰 의자에 앉는다.
정신이 없어 보이는 은영을 바라보며 진영은 “생각보다 되게 바쁘시네요?”라 질문한다.
그 질문에 웃고 있던 은영의 표정에 몇 초간 웃음기가 사라졌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이 그저 착한 일이라고 많이 생각하시는데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도 진행하고, 지역의 문제점을 발굴해서 바꾸고자 노력하기도 하고, 많은 일을 해요. 착한 일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라고 대답했다.
조금 진지한 말투에 진영은 당황한 듯하다.
은영은 오전에 서류작업, 직원들과 회의시간을 가지고 점심식사 후에는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모노레일을 타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기도 하고 부산역 근처 노숙자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쉴 틈 없이 이동하는 은영을 보며 진영은 묻는다.
“힘들어 보이는데 왜 계속 이 일을 하시는 거예요?”
그러자 은영은 자신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할머님의 모습, 아이들이 만들어준 편지, 주간보호 회원들과 함께 광안리로 소풍 가서 단체사진을 찍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힘들긴 하지만 저도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컷!’ 진영의 목소리와 함께 촬영이 끝났다. 진영은 은영의 모습이 인상 깊다고 생각하며 방송국으로 돌아간다.
은영은 촬영이 저녁에 끝났는데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연말이다 보니 많은 서류작성 업무가 있기 때문이다.
야근 후 버스에 오른 은영은 옆으로 보이는 어두운 바다를 보며 천천히 창가에 고개를 기댄다.
바다는 옅게 반짝거렸다.
집 근처에 다다랐을 즈음 편의점에 들려 맥주를 산 후 집에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 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직업을 이야기하면 ‘힘들고, 돈도 많이 못 버는 착한일 하네’ 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 말에 은영은 제 직업이 무시당하는 것만 같아 괜스레 기분이 나빠지기도 했다.
이번 다큐를 통해 사람들이 이 직업에 대해 마냥 힘들고, 착한일이 아닌 모두가 행복하고자 하는 꼭 필요한 직업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신 은영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힘없는 목소리, 발그레해진 얼굴로 말한다.
“아,, 월급만 조금 올려주면 더 행복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