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자몽프로젝트 051영화제
스토리부문 수상작 - 장려상
"곰돌이 인형"
글 : 김예랑
부산에 작은 아파트 단지, 작은 놀이터. 한 아이가 곰 인형을 안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다. 내려오다 어디에 걸렸던 건지 팔이 찢어져 있는 인형. 아이는 ‘씨-’하며 잠깐 인상을 쓰더니 공원 의자에 인형을 버리고는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네를 타고 있던 하영은 아이가 떠나자 인형이 있는 벤치로 달려간다. 허름하고 팔까지 떨어져 있는 인형을 가만히 쳐다보던 하영은 해맑게 웃으며 인형을 들고 집으로 들어간다.
집으로 온 하영은 인형의 표정을 바꿔보기도 하고 같이 소꿉놀이도 한다. 하지만, 계속 신경이 쓰이는 인형의 팔. 하영은 인형의 팔을 찾아주기로 마음먹고 집안 구석, 구석을 살피기 시작한다. 어느덧 인형 앞에 모이게 된 곰돌이 팔 후보들. 주걱을 꽂아봤다, 머리빗을 꽂아봤다, 로봇 팔도 꽂아보지만 어울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화분에서 빼 온, 꽃 한 송이를 꽂는다. 나름 예뻐 보이는 모습에 만족해하는 하영. 인형을 움직여보는데 꽃이 자꾸만 떨어진다. 그때 눈에 들어온 엄마의 반짇고리 세트.
하영이 작은 손으로, 바늘에 실을 겨우 꿰어 넣고는 바느질을 한다. 어설프지만 최선을 다해 꿰매는 하영. 얼마나 집중했을까, 땀까지 흘려가며 꿰매던 하영은 마무리로 실을 자르려는데… 결국 일을 냈다. 손가락에서 흐르는 붉은 피.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하영. 이때, 때마침 집으로 돌아온 엄마가 깜짝 놀라 하영에게 달려간다.
식탁에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하영과 엄마, 그리고 곰 인형. 하영의 손가락에 감겨있는 붕대가 보이고 그 손으로 밥을 먹으려니 쉽지가 않다. 엄마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하영에게 밥을 먹여주며 말한다. “으이구, 밥도 혼자 못 묵고! 다시 아가야 해야겠네, 이하영!” ‘배시시’ 웃던 하영은 곰돌이를 보곤 “니도 먹고 싶나??” 라며 익숙하지도 않은 왼손으로 ‘부들-부들’ 음식을 먹여준다. 그 모습에 엄마가 “곰돌이 먹여주는 거가?”라고 묻자 하영은 말한다. “곰돌이도 내처럼, 팔 다쳐서 못 움직이니까 내가 대신 곰돌이 팔 해주는 거다!” 그 말에 기특하다는 듯 하영을 쓰다듬은 엄마. 하영이 다시 말한다. “아빠도, 팔 없어도, 다른 사람 팔 대신 해주는 거 맞제??” 엄마는 웃으며 말한다. “그럼~ 아빠는 이만~큼. 부산에 많은 사람 팔이 돼주시는 거다” 하영은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말한다. “울 아빠가 젤 멋있다!”
엄마가 귀엽다는 듯 하영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한다.
“원래 남을 도와주는 게, 몸으로만 하는 게 아이라, 마음으로 하는기다. 알겠제~”
한쪽 팔에 어색하게 꽃이 꽂혀 있는 인형의 모습이 아빠의 사진과 겹쳐 보인다.
그리고 보이는 한쪽 팔이 없는 아빠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그 옆에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상장들.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아빠 왔다~~”라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