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자몽프로젝트 051영화제
스토리부문 수상작 - 장려상
"라인(LINE)"
글 : 이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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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커플의 설레는 첫 데이트. 사랑을 시작한 연인에게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놉시스
조금 어둡고 따뜻한 느낌의 방. 화장을 고치고 예쁜 옷을 입는 여인의 모습이 보여진다. 들뜬 모습이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다. 엄마에게 자신의 모습을 점검받는 여인. 보라이다.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묻는 딸에게 예쁘다고 답해주는 엄마. 두 사람의 모습이 역광의 햇살을 받아 실루엣으로 펼쳐지는 위로 타이틀이 뜬다. <라인>
파란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뜬 가을 하늘. 동네 골목을 지나 부산 지하철역(부산역)으로 향하는 보라의 발걸음. 역사에 도착하여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보라가 시각장애인임이 드러난다. 선글라스와 지팡이를 들고 있는 그녀는 노란색 점자블록에 천천히 발을 디딘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앞에선 보라. 시각/청각/지체장애인용 중 시각장애인 디지털 촉각패드와 음성안내를 활용하여 문제없이 표를 발권한다. 모바일 음성안내를 들으며 이동하면서 자신감이 생긴다. 조심스러웠던 발걸음은 점차 리듬과 템포가 생기고 이내 BGM에 맞춰 탭댄스로 변해간다. 노란 보도블록의 선이 시각적으로 라인으로 표현되어 보라의 발걸음에 따라 나타나고 뮤지컬 한 장면처럼 개찰구를 통과한다.
승강장에 도착하면 데이트 상대 유강이 보라를 기다리고 있다. 그 또한 시각장애인으로 안내견을 데리고 있다. 오늘 너무 이쁘다며 칭찬하는 유강과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아느냐고 대답하는 보라. ‘이쁜건 다 보입니다’ 라며 재치있게 대답한다. 둘의 데이트에는 장애가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객차 안에서 알콩달콩한 분위기의 두 사람이 몽타쥬로 표현되고 여느 커플과 다름없는 연애의 온도가 표현된다. 세상에 둘만 있는 것 같으며 모든 것이 둘만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지하철 안은 어느새 로맨틱한 스튜디오로 바뀌고 탱고를 추는 두 사람. 어두운 공간에서 하이라이트 조명은 두 사람만을 비추고. 사랑이 언어가 아닌 몸짓으로 표현되는 시간들. 눈이 보이지 않기에 더 서로에게 몰입하여 추는 춤,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의 순간들이 표현된다. 한 편의 공연같은 춤이 끝나면 장소가 다시 지하철 객차로 돌아오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보라와 유강. 항공 부감으로 지하철이 달리는 모습 풀샷으로 보여진다.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노란 선의 꼬리를 달고 달려간다.
목적지인 어린이대공원역에 도착한 열차. 지하철 출구로 나오는 두 사람과 한 마리. 점자 블록이 끝나는 지점에 선다. 햇살이 따사롭게 두 사람을 비춰주고 있다. 유강이 먼저 선글라스를 벗고 보라도 벗겨준다. 처음으로 드러난 두 사람의 눈. 잘 보이지 않아도 햇살을 느낄 수 있다. 가자고 말하는 두 사람의 말이 엉키고 잠시 어색한 정적. 미소를 짓고 같이 가자고 동시에 말한다. 서로를 향하는 눈빛. 점자블록 위에서 맞잡은 두 사람의 손. 지팡이 대신 서로를 의지하여 함께 걸음을 뗀다. 이내 왈츠로 호흡을 맞춰가는 보라와 유강. 대공원을 향한 대로에 노란 라인이 카펫처럼 깔리고 둘을 위한 무도회장같이 드넓게 펼쳐진다.
에필로그 씬. 데이트하는 장면들이 몽타쥬로 보여진다. 동물원에서 다양한 동물들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늦은 오후,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는 때. 황금빛 하늘을 배경으로 둘의 실루엣이 하나로 합쳐진 이미지가 되며 엔딩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