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자몽프로젝트 051영화제
스토리부문 수상작 - 051스토리상
"복지가 너에게 닿기를"
글 : 유승연
16살. 한창 꽃다운 나이에 A는 미혼모인 엄마가 작년에 폐암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동생 B를 책임져야 할 엄마가 되어버렸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어느날, A를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기쁘게 한 날이 있었다. 바로 아동급식지원 카드를 발급받은 날이었다. 하루 2만원 정도의 음식을 마음껏 편히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고 기뻤다. 벌써부터 복스럽게 음식을 먹는 B의 모습을 상상하니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었다. 그날 밤, A는 편의점에 들러 B와 함께 먹을 삼각김밥을 사 집에서 B와 맛있게 먹었다. B는 참으로 맛있게 김밥을 먹었다.고작 김에 반찬과 밥을 섞은 삼각김밥이었지만 이제는 먹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다음날, 그럭저럭 학교 수업을 마치고 저녁을 사러 편의점에 들렸다. 카드를 꺼내 계산하려던 찰나- “어?” A는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가방을 뒤적거렸다. “잠시만요..” 아무리 가방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학교로 급하게 뛰어가는데 눈물이 흘러나왔다. 기다리고 있을 B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냥 울컥해버렸다. 해가 저물 때서야 한숨을 깊게 쉬고 학교에서 나왔다. 오늘 저녁은 어떡하지. A는 혼자서 한참 생각하다가 편의점을 지나는 길까지 터벅터벅 걸어와 버렸다.
눈을 딱 감고 편의점을 지나려고 하던 그때, 노랑 가방이 눈에 띄었다. 내 절친 소영이의 노랑 가방. 소영이가 너무 반가워 인사하려고 편의점 문을 연 순간 든 생각이었다. ‘그래, 소영이한테 딱 1000원만 빌리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영이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 A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나를 피하는 표정이라는 것.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표정인걸. A의 머릿속에서 다양한 생각이 스쳐갔다. ‘소영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소영이가 설마..’ A는 그 순간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소영이가 가방에서 내 연필을 빌려간다고 하면서 가방에 손을 댄 그 때.. 였구나. 내가 연필은 가방 앞주머니에 있다고 말할 때, 화들짝 놀랐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구나..’둘은 잠시 편의점 의자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젠가부터 인지 어색해진 기류가 둘 사이에 흘렀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르다가 둘의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소영이는 가방앞주머니에서 바로 초록색 카드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A에게 건냈다. A가 그토록 찾던, 바로 그 카드였다.
“언니! 나 엄청 기다렸어!” 문앞까지 달려나온 B가 A를 꼬옥 끌어안았다. 빈손으로 온 A를 B는 위아래로 훝으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생의 기분을 알아챈 A가 해줄말이 있다며 B의 손을 어루만졌다. “사실, 언니가 그 카드를 빌려줬거든. 더 어려운 친구한테.” A는 머릿속으로 소영이를 떠올렸다. “이런 카드마저 없는 친구한테 언니가 양보하고 싶었어. 미안해. B야. 그대신 언니가 일해서 열심히 돈벌게.”자신도 여유없는 형편이었지만, 그럼에도 카드를 빌려줬던 이유는 더 어려운 사정에 처한 소영이에게 복지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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