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이들 유치원 가듯, 노인도 센터 간다면”…집에서 여생 보낼까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8663.html
[‘기승전 요양병원’ 노인복지 제자리걸음]
“아이들 유치원 가듯 노인들도 센터에”
노인 주간 돌봄 서비스 의무화 목소리
세분화되지 않은 돌봄 서비스에
맞춤형 지원·사업 기관도 제각각
노인 상당수 시설에서 여생 보내
자녀들, 부모 입소에 ‘죄책감’ 느껴
“요양병원, 의료서비스 제대로 못 받아”
요양등급과 상관없이 돌봄 받아야
“시아버지가 매일 전화로 협박했죠. 나 약 샀다. 자살하려고 약 샀다. 이렇게 맞다간 죽을 거 같다. 그냥 너네 엄마랑 같이 죽을란다…”
자살소동. 김희원(56·가명) 씨는 치매를 앓던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야겠다 마음 먹었던 날을 그렇게 기억했다. “저 사람이 나를 괴롭혀” 섬망(뇌 기능 저하) 증세가 나타나면 시어머니는 시아버지를 때렸다.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이 함께 날아들었다. 2년의 사투 끝에 시아버지는 ‘더는 못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시아버지가 죽을 판이었다.
2014년 시어머니는 결국 요양원에 입소했다. 그것도 잠시, 입소 사흘 만에 사고로 시어머니의 고관절이 부러졌다. 희원씨는 시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옮기고 싶지 않았다. “한 시간이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있는 요양원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요양병원은 침대에만 누워 연명치료만 받잖아요.” 하지만 혼자서 먹는 것도, 걷는 것도,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치매 환자를 받아주는 곳은 요양병원 뿐이었다.
시아버지와 희원씨는 매일매일 시어머니를 보러갔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상황이 나빠졌다. 면회가 제한됐다. 힘겹게 면회를 가더라도 방호복을 뒤집어 쓰고 나타난 가족의 모습은 시어머니의 공포심을 극대화시켰다. 시어머니는 그리움에 울다가, 만나면 소스라치는 일상을 반복했다. “코로나가 시어머니를 더 우울하고 외롭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더 안 좋아지셨죠.” 2021년 12월.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을 오가던 시어머니는 요양병원에서 숨졌다. 집을 떠난 지 8년째 되던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