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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8988.html?_ga=2.92811099.752063350.1669627254-863725344.1667818101

 

 

 

 

‘비혼 임신’ 불법 아닌데…“시험관 하려면 결혼하고 오세요”

 

[한겨레S] 커버스토리
국내 ‘비혼 시험관 시술’ 불허 논란
아이 원하는 비혼 여성들…합법인데도 국내 병원서 “불가능하다”
복지부 “불법 아니”라는데, 산부인과학회가 ‘윤리지침’으로 막아
시술병원 찾아 외국 향하기도…“혼인관계 넘어 가족 다양성 문제”

 

 

남인순 의원 : 사실상 법률에서 비혼자라 하더라도 보조생식술 시술을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닌 것으로 돼 있는데 학회 윤리지침을 개정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 모자보건법에 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조생식술 등 난임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난임시술 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돼 있고, 모자보건법 정의를 보면, 난임이란 부부(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 포함)가 피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윤리지침을 개정할 수 없었다.

 

 

2022년 10월 6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지켜보던 ㄱ(30대 중반)씨는 가슴이 답답했다.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에 대한 질의가 오가는 중이었다.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인공수정·체외수정 등 보조생식술의 시술 대상을 비혼자에게도 확대하도록 윤리지침을 개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이날 박 이사장 말의 요지는 비혼자는 난임의 대상이 아니기에 난임 시술, 즉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현재 산부인과학회(학회) 윤리지침은 법률혼·사실혼 부부에게만 보조생식술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학회는 지난 4월 인권위로부터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을 허용하지 않는 학회의 윤리지침은 법률로 위임받은 바 없는 자의적 기준“이라며 윤리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받았지만 거부한 바 있다.

 

 

“불법이에요, 윤리지침상 안돼요”

 

“산부인과학회 주장에 따르면, 난임은 부부만 해당하기에 무정자증인 남성도 나팔관이 막혀 있는 여성도 비혼이면 난임이 아니라는 거다.” 국감 영상을 본 ㄱ씨가 말했다. ㄱ씨가 보건복지위 국감 영상을 관심있게 본 건 비혼 출산을 위해 3년 전부터 난임병원 문을 두드려 왔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져 눈물이 난다는 ㄱ씨는 대학에서 부모되기라는 수업을 들었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되고 싶었다. 결혼해서 자녀를 출산한 부부에게 “왜 아이를 낳았냐”고 묻지 않듯, ㄱ씨가 ‘엄마’를 꿈꿔 온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ㄱ씨는 2019년, 오랜 공부가 끝나자마자 산부인과를 찾아 가임력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실제 나이는 30대 초반이었지만 난소 나이는 40대 중반이었다. 결혼할 생각도 없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없어서 시험관 시술을 받고 싶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하지만 바로 거부당했다“고 ㄱ씨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ㄱ씨처럼 비혼인 상태에서 성관계가 아닌 방법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인 보조생식술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정자를 여성의 질 내에 주입하는 인공수정과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 신체 바깥에서 배아를 만들어 이식하는 체외수정술(시험관 시술)이다. 체외수정술은 과배란 주사를 맞으며 난포를 키우는 데다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 하지만 인공수정보다 수정확률이 높아 체외수정술을 선호한다.

 

산부인과에서 ㄱ씨의 시험관 시술을 거부한 이유는 ‘현행법상 법적 혹은 사실혼 부부만 가능하다’였다. ㄱ씨는 이후 난임병원 몇 곳을 찾아 더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비슷했다. 불법이 아니라는 근거자료를 내밀면, 병원은 ‘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어쨌든 ‘안된다’였다.

 

‘불가능’이라는 답 뒤엔 ㄱ씨의 고민과 무관한 조언이 뒤따랐다. 어떤 의사는 ‘그냥 결혼을 하세요’라고 했고, 어떤 의사는 ‘난자는 일단 얼려놓고 나중에 결혼하면 오세요’라고 하기도 했다. ㄱ씨는 결국 난자만 냉동보관했다. “결혼과 출산은 별개의 문제인데 아이를 낳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결혼을 하라는 거지 않나. 다른 여성들은 한번 난자를 채취할 때 10여개씩 한다는데, 나는 3~4개 밖에 안나와서 급한 상황이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임신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ㄱ씨가 말했다. ㄱ씨의 시험관 시술을 거절한 난임병원은 2년여동안 7~8군데에 달한다.

 

 

정부는 불법 아니라는데…

 

ㄱ씨가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진 적도 있었다. 방송인 사유리 덕분이었다. ㄱ씨는 “2020년 11월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아 아들을 출산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복지부에서 불법이 아니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서 기대했다”고 말했다. 실제 사유리 출산 이후 비혼 여성의 출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여기는 데서 벗어나, 비혼 여성의 출산을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낙태죄 논쟁으로 여성의 낳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면, 사유리 출산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 논의가 낳을 권리까지 확대된 셈이다. 2008년 방송인 허수경씨가 정자 기증으로 출산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당시 논의는 ‘세상의 편견에 맞선 싱글맘’ 등에 그쳤었다.

 

그렇다면 비혼 여성이 시험관 시술을 받는 것은 불법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2020년 11월 당시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한국에서도 정자를 기증받아 비혼모가 출산했을 때 처벌받지는 않는다. 법적 위반 사항은 아니지만, 정부의 공적 지원을 받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1년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당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의 이같은 입장은 올해 국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ㄱ씨의 시험관 시술을 거부한 병원들과는 다른 입장이다.

 

보조생식술을 관장하는 법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과 모자보건법이다. 생명윤리법은 배아를 생성하는 것(체외수정)과 관련한다. 배아생성은 생명윤리법 22조에 따라 지정받은 의료기관만이 할 수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54개 병원이 지정돼 있다. 배아생성의료기관으로 지정받으려면 정자·난자 동결 등 설비와 배아생성 인력 등이 필요 조건이고, 배아생성, 이식 등의 전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산부인과에서는 할 수 없다. 생명윤리법에는 혼인 여부에 따라 체외수정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23조에서 △임신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는 행위 △특정 성을 선택할 목정으로 난자·정자를 선별해 수정하는 행위 △사망한 사람이나 미성년자의 난자·정자로 수정하는 행위 △금전 등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난자·정자를 제공·이용 유인·알선하는 행위를 금할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배아생성시 배우자가 없는 경우 ‘해당없음’에 표기하도록 생명윤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비혼자의 보조생식술 시행이 불법이 아님을 명확히 한 바 있다.

 

학회에서 문제 삼고 있는 건 모자보건법이다. 모자보건법은 난임을 부부(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가 피임을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부부간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아니하는 상태로 정의한다. 법률혼 혹은 사실혼 부부에게만 보조생식술을 시술한다는 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은 모자보건법에서 나왔다. 학회 쪽은 모자보건법은 보조생식술 대상을 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학회 쪽의 주장을 부인한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모자보건법은 난임 부부를 지원하기 위한 법일 뿐, 보조생식술 대상을 정하는 법은 아니기 때문에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을 규율하는 법은 아니다. 학회가 ‘보조생식술=난임시술’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판단도 비슷하다. 김주현 변호사는 “모자보건법에서 난임 부부만 보조생식술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난임 부부가 보조생식술 시술을 했을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뿐이다. 모자보건법상 난임 대상에 사실혼 부부가 포함된 건 2019년이지만, 그 이전에도 사실혼 부부대상 시험관 시술이 있었다. 학회 주장대로라면, 모자보건법에서 사실혼 부부의 시험관 시술을 허용하지 않았는데도 병원이 그동안 시술을 해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보조생식술 대상을 법률혼으로만 규정한 학회 윤리지침이 사실혼 부부까지 확대된 것은 지난해다. 하지만 남인순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리지침이 개정되기 전인 2020년 사실혼 부부 1993쌍(3757건)이 시험관 시술 지원 결정 통지를 받았다.

 

산부인과학회의 근거없는 시술 거부

 

이런 상황에서 학회 쪽은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기에 사회적 합의와 법 개정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대리모 출산, 동성 커플의 비혼 출산, 아이의 인권 문제 등 사회적으로 우선해 논의해야 할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학회 쪽 관계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존중해야 하지만, 정자 기증 횟수는 어떻게 할지, 추후에 아이가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지, 아이가 유전적 질병에 걸렸을 땐 어떻게 해야 할지, 상속 문제는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다. 윤리지침을 개정하라고 하기 전에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국가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법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 시술이 불법이 아님에도 학회의 윤리지침이 이를 막고, 병원에서 시술을 거부하는 것은 산부인과의 월권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있지만, 법이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을 금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입법이 우선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유전적 문제나 비혼 양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학회 쪽 입장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김선혜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이성애 커플에도 정자가 기증되고 있다. 유전적 문제 등이 싱글 여성에게만 새롭게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비혼 여성이 아이를 낳는 걸 막아야 한다는 건 ‘미혼모’ 차별 낙인을 재생산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불완전하고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기반으로 한다”고 비판했다.

 

학회의 윤리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일선 병원에서 어긴다고 해도 학회 차원에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회의 윤리지침이 일선 병원에서 가이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정부의 방치 탓이다. 실제 ㄱ씨는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에 대해 공감하는 의사를 찾았지만 병원으로부터 “보건복지부에 문의했지만 ‘책임질 수 없다’는 답을 받아 ‘시술할 수는 없겠다’”는 답을 들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법으론 문제가 없으니 병원 지침에 따라 판단하라는 해석을 받았다. 병원 입장에선 주무부처가 ‘시술을 하라’는 명확한 답을 주는 게 아닌 애매한 판단을 내리는 상황에서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법적 분쟁 부담을 안고서 시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도 비슷한 설명을 했다. “입법 공백 상태에서 보수적인 병원들이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권위가 학회의 윤리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 아니라, 비혼자의 재생산권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라고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산부인과학회를 움직이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선혜 교수는 “현실의 갈등과 새로운 요구가 있을 때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복지부가 해야 하는데, 책임을 안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부는 불법이 아니라고만 할 게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의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개별 여성이 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영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도 보건복지부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낙태죄와 마찬가지로 비혼 여성 보조생식술도 보건복지부가 산부인과학회에 휘둘리고 있다. 복지부가 나서서 명확히 건강권·재생산권 지원에 필요한 영역이라고 메시지를 주고, 학회를 설득하고 의료현장에서 안전하고 법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11월 방송인 사유리씨(사진 왼쪽)가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출산 소식을 알렸다. 사유리씨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했다. 사유리씨의 에스엔에스 갈무리
2020년 11월 방송인 사유리씨(사진 왼쪽)가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출산 소식을 알렸다. 사유리씨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했다. 사유리씨의 에스엔에스 갈무리

 

정부 방치 속에 피해는 여성 몫

 

근거 없는 병원의 시술 거부와 보건복지부의 방치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비혼 여성들의 몫이다. 현행법상 불법이 아님에도, 한국에서 비혼 여성이 시험관 시술을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정자를 무상으로 기증받는 일은 가능하지만 비혼 여성은 정자를 기증받기 어렵다. 실제 정자은행을 운영하는 경기도의 한 난임병원은 “법률혼, 사실혼 경우에만 수증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기증받은 정자를 난임센터에 제공하는 비영리 재단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도 마찬가지다. 박민정 공공정자은행연구원 연구교수는 “난임센터에서 의뢰를 받으면 정자를 제공하는데, 그동안은 법적 부부만 정자 제공 의뢰가 왔다”고 밝혔다.

 

정자은행이 아닌 주변에서 어렵게 정자 기증자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비혼 여성은 대체로 ㄱ씨처럼 보조생식술 시술을 거부당한다. 그래서 출산을 원하는 비혼 여성들은 국외에서 시험관 시술을 시도한다. 국내 병원에서 몇차례 거절을 당한 ㄱ씨도 결국 국외에서 방법을 찾았다. “비혼 시험관 시술이 가능한 미국 병원을 알아보고 시술 날짜를 조율했지만 코로나19가 터져 출국할 수 없었다. 지금은 취업을 해 국외로 나가서 시술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ㄱ씨가 말했다. 덴마크에 가서 시험관 시술을 받은 ㄴ(40대 중반)씨도 같은 경우다. 비혼 여성인 ㄴ씨는 국내 병원 3곳 정도에서 문의했다가 ㄱ씨처럼 거절 당했다. 병원에선 “결혼을 해라” “인도나 대만에선 가능하니 거기로 가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시술이 가능한 나라를 찾던 ㄴ씨는 2020년 초, 덴마크에서 이식을 받기로 하고, 국내에서 난포를 키우는 과배란 주사를 맞은 뒤 덴마크로 향했다. 하지만 국내 병원에서 4번이나 찍은 자궁초음파에서 발견하지 못한 용종 때문에 시험관 시술은 바로 하지 못했다. “난자를 채취해 수정란만 만들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몇달 뒤 어렵게 한달 무급휴직을 내고 덴마크에 가서 시험관 시술을 받은 뒤 한국에 돌아왔지만, 한국 병원으로부터 화학적 유산이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용이 2000만원이 넘게 들었지만 하나 남은 수정란 이식을 위해 덴마크에 다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ㄴ씨가 말했다.

 

“신체 변화, 재정적 부담을 다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를 갖겠다는 건 확고한 결심을 한 거다. 근데 기사 댓글을 보면 ‘애를 애완동물처럼 낳으려고 한다’ ‘아기를 낳아서 책임도 안 질 거면서’라고 달려 있더라. 아기를 낳는 것이 얼마나 큰 희생이고, 고통인지 모르니 쉽게 말한다“고 ㄱ씨가 말했다. 정부의 난임지원대상에 비혼모 규정이 없기 때문에 비혼 여성들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지만, ㄱ씨와 ㄴ씨는 높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임신하길 원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영국은 1990년 생명윤리와 관련한 법률을 정비하면서 비혼 여성도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할 수 있다. 미국은 미국생식의학협회의 규정상 모든 여성이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보조생식술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스웨덴은 성소수자 부부를 가족 형태의 하나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제도를 마련해 2015년부터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게 됐다. 대리모는 허용하지 않는다. 덴마크는 2007년 보조생식법 개정으로 혼인 여부나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18~40살의 모든 여성이 공공의료 영역에서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다.

 

 

여성 26.2% “비혼 출산 고려해봤다”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우호적이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동의’한 응답자는 50.6%다. 여성은 68.9%로 더 높았다.(2020년, 여성가족부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2021년에 발간한 보고서 ‘서울시민의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 현황 및 정책 과제’ 결과도 비슷하다.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사회 인식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비율은 57%였다. 혼인과 상관없이 보조생식술 시행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비율도 높았다. 응답자의 64.2%가 찬성했다.

 

달라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 비혼 출산을 고려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같은 보고서에서 비혼 출산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서울 거주 여성 비율은 26.2%다. 비혼 출산을 현재보다 더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임신과 출산의 선택은 여성의 자유이자 권리이기 때문’이 43.6%로 가장 높았고, ‘사회적 차별이 여전히 심하기 때문’(38.5%)이 뒤를 이었다.

 

혼인 건수는 줄어들고, 다양한 가족 구성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와 달리 정부는 제자리걸음이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법적 정의를 삭제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현행 유지”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4월 민법상 가족의 정의와 범위를 개정하고,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한 정책방향을 논의하겠다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뒤집은 것이다. 나영 대표는 “비혼 여성 시험관 시술 문제는 비혼 여성 출산 차원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 구성 인정할 것인지 관련된 문제다.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이 가능하지 않다는 건, 비혼 여성뿐 아니라 혼인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관계를 맺고 자녀 양육·돌봄을 하는 걸 제약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가족 구성까지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혼 출산이 저출산의 대안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한다. 김선혜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 억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성을 누군가의 대를 잇기 위해서 아이를 낳아줘야 하는 사람으로 여기거나, 2016년 행정자치부에서 가임기 여성지도를 만들었던 것처럼 저출산의 해결책으로 보는 맥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출산 때문에 비혼 출산을 허용하는 식으로 논의가 흘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ㄱ씨는 비혼 출산권 보장을 위해 단체를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또 규제기관인 보건복지부에 비혼 시험관 시술을 한 병원에 불이익을 줄 것인지 유권해석을 신청하는 것 등을 고민 중이다. ㄴ씨는 “대다수의 건전하고 시대에 부합하는 건강한 이웃들은 ‘애비 없는 애를 만든다’ 같은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이웃이 될 기회를 무관심한 국가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의료단체가 막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ㄱ씨와 ㄴ씨 등 비혼 출산을 원하는 여성들은 답답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국회와 언론, 병원 등을 돌며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려 애쓰고 있다. 박중신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윤리지침 개정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8988.html?_ga=2.92811099.752063350.1669627254-863725344.1667818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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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국제신문] 부산 1인 가구 73% 연소득 3000만 원 미만 부산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2022.11.22 119
287 [국제신문] 소득 하위 20% 가구, 가처분소득 절반 '식비'로 썼다 부산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2022.11.22 157
286 [국제신문]연평균 근로소득 부산 3411만 원 부산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2022.11.22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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