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지은이 박대진
만약 누군가 낡았지만 잘 돌아가는 에어컨을 공짜로 줄 테니 가져가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돈을 주고 용달차를 부르거나 “그냥 새 걸로 하나 사자”라고 할 것이다. 프랑스에서라면 어떨까?간단하다. 내 차 지붕에 실어서 직접 나른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차 지붕 위에 낡은 에어컨이 올라가 있다면 사람들이 수군댈 텐데. 용달비 얼마나 한다고 아끼냐고 , 그냥 새 걸로 사지, 지질이 궁상이라고 비웃을지 몰라.” 프랑스 사람들은 어떨까? 한 마디로, 아무 생각이 없다. 내 차로 내 물건을 나르는데 남 신경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손해를 감수한다. 남들 눈이 있으니 옷은 브랜드 있는 것으로 입어야 하고, 최소한 대학은 가야 하고, 대기업 정도는 들어가야 하고, 아파트도 30평대 정도는 마련해야 한다. 그 때문에 생기는 금전적 손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도무지 행복하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당연한 일이다. 남이 좋다는 것만 추구했지, 정작 내가 좋은 것은 추구하지 않았으니까.
이 책은 인문학의 본고장인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인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우리는 왜 행복하지 못할까’를 돌아보며 쓴 글이다. 오랜 유학 생활 중에 경험한 프랑스식 삶의 태도를 거울삼아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곱씹어본다. 그 결과 저자가 찾아낸 것은 바로 눈치 보기, 즉 내 기준이 아닌 남의 기준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멋대로 살기만 하면 되는 걸까? 이 책은 독자에게 당장 떨쳐 일어나라고 충동질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의 기준을 따르느라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들부터 다시 한 번 차분히 돌아보라고 말한다. 시선, 선택, 비교, 사소함, 시간, 공간, 결심 등 삶을 구성하는 7가지 키워드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봄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의 굴레에 묶여 살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인문학 박사라는 직함에 걸맞게, 작은 것에서 삶의 본질적 가치를 찾아내는 저자만의 시각이 잘 녹아 있다.
물론 프랑스는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도 아니고, 많은 내부적 문제를 품고 있는 사회다. 저자 역시 프랑스인처럼 살면 행복해진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생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에, 기준을 남이 아닌 내 안에서 찾는 프랑스식 태도를 하나의 대안으로 참고하고 있다. 패션잡지에서는 ‘프렌치 시크(French Chic)'라는 말을 쓴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독특하고, 그래서 당당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스타일을 뜻한다. 멋지다는 뜻의 시크(Chic)에 굳이 프렌치(French)를 붙인 이유는 프랑스 사람들 특유의 자유롭고 당당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르지 않고 내 맘에 드는 대로, 내 기준에 따라 살아가는 것,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는 것.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진정한 프렌치 시크는 바로 이런 삶의 태도이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