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문제』
J. A. 홉슨 지음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첫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던 중, 영국에 자본주의 역사상 첫 경제 공항이 찾아오게 되고 런던대학에서 경제학과 고전을 가르치고 있던 30대 초반의 젊은 학자였던 홉슨은 빈곤과 실업이 만연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당시의 경제학이, 시장의 조화로운 작동을 맹신할 뿐 공항이 불러온 과잉생산과 기업도산, 실업에 관해 아무런 설명을 못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기존의 경제학의 전제를 전면 부정하는,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인 ‘저소비이론’을 주장하였다. 고전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저축이 투자를 불러오고, 고용과 생산을 이끄는 것으로 여겼지만, 홉슨은 역으로 과도한 저축과 과도한 소비가 실업과 빈곤을 불러온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는 A.F.멈머리와 함께 [산업의 생리학]을 집필하면서 ‘조소비이론’을 발전시켰고,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삶과 빈곤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33세의 젊은 나이에 처음으로 단독으로 [빈곤의 문제]를 집필한다. 이 책을 통해서 그는 영국의 노동자의 근로 환견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빈곤이란 개인의 게으름과 같은 윤리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즉 ‘고한제도’의 산물임을 밝힌다. 취업시장에 과잉 공급되어 늘 실업 상태일 수 밖에 없는 미숙련 노동자가 빈곤층을 이루고 있으며, 실업의 해법은 결국 시장에서 노동자들의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라 말한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깨우치고 연대해서 노동조합을 형성해야 하고, 가내수공업으로 겨우 연명하는 ‘고한 노동자’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요원한 이야기인지도 자세히 풀어낸다. 또한 정부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공장법’, ‘8시간 노동제’와 같은 일명 ‘사회주의 법’을 제정하는 당시 영국의 추세 또한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제국주의와 금융의 나라인 영국은 수많은 경제석학을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당시로서는 너무 앞서간 덕분에 경제학계에서 추방된 홉슨의 책을 두고, 케인스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복작한 감정으로 그의 새로운 책을 마주한다. 독립적인 시각에서 도출된 정통경제학에 대한 유익한 비판을 기대하면서도, 궤변이나, 오해, 왜곡된 생각 또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여기, 한국에서 도저히 해답이 안 보인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19세기 말 영국으로 날아가 자본주의 역사상 첫 공항의 실태를 들여다봄이 어떨까.
<출판사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