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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그리고 산책>

 

피난도시 부산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역사특집,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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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녹여버릴 것만 같던 폭염이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으로 급작스럽게 바뀌었다. 낮에도 제법 시원해진 바람은 어디로든 하릴 없이 걷고 싶어지게 만든다.

 

 

닥밭골 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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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동대신역에 내려 5번 출구로 나오면 닥밭골 가는 길 안내판이 나온다. 똑같이 생긴 건물이 가득한 아파트촌이 고향인 사람들에게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듯 하다. 좁은 골목길 중앙에 아무렇게나 서 있는 나무를 피해 돌아가는 곳이 길이다.

닥밭골은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인 망양로 아래 위치한 마을로, 예로부터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닥밭골로 불렸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11월, 부산역전 대화재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오면서 산꼭대기까지 들어찬 집들과 좁은 길이 생겨났다고 한다. 현재의 모습으로 재단장 한 것은 2010년 희망근로자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 ‘닥밭골 갤러리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이다. 이들은 마을의 정체성을 담은 벽화로 마을을 채우고 주민 스스로가 생각의 전환점을 가짐으로써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술이 되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마을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오래된 집과 골목들에 그려진 벽화들이다. 닥밭골 벽화마을의 하이라이트는 192개 계단에 그려진 꽃 그림이다. 하늘을 올려다 봐야 그 끝이 보이는 가파른 계단의 이름은 소망 계단. 계단이 생기기 전 이 장소에는 영험한 힘을 지닌 동자바위가 있었는데, 이 바위에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뤄졌단다. 소원을 이뤄주는 바위가 있는 자리에 만들어진 계단인 만큼 이후에도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우후죽순 생겨난 고만고만한 벽화마을에서 느낄 수 없는 공공미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닥밭골 벽화마을이 품은 또 다른 매력이다.

 

 

단돈 3,000원 정식 등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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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시원해졌다지만 산복도로 골목골목을 걷다보면 배가 고프기 마련이다. 닥밭골 마을을 뒤로하고 동대신동 사거리 동대신 성당 앞까지 슬금슬금 걷다보면 고등어전문요리 전문점인 등푸른밥상을 발견할 수 있다. 설마 요즘 같은 때 3,000원짜리 밥집이 있을까 싶어서 들어가 보니 진짜 1인상에 3,000원 하는 고등어조림 정식을 판매한다. 등푸른 밥상은 고등어조림 정식 외에도 고등어와 갈치, 꽁치 등 생선구이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끈한 밥과 국에, 심지어 집에서도 잘 못 먹는 생선반찬! 푸근한 인상으로 맞아주시는 이모님의 친절은 덤이다.

등푸른밥상은 부산서구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고등어요리 전문점으로, 싱싱한 수산물을 직접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으며, 수익금은 지역 저소득층의 자활 자립을 위해 쓰이고 있다. 단돈 3,000원에 정갈한 밥상을 준비할 수 있는 이유는 취지에 공감한 고등어 판매수산회사에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서라고 한다. 이렇게 맛과 가격을 동시에 잡은 등푸른 밥상. 다음번에 갈 때는 갈치구이도 추가로 주문해보기로 한다.

 

 

캠퍼스의 낭만 속에 담긴 부산 임시수도정부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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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를 달래고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만나는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에서는 캠퍼스의 낭만과 함께 역사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는 사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각인되어 있는 부산. 아마 6·25 전쟁 시기 피난 수도였다는 역사적인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각별한 도시로 여기게 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다.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밤낮 없이 피난길에 나섰던 국민들은 임시 수도 부산으로 모여들어 눈물 없인 듣기 힘든 피난 시절을 보냈고, 그 시기 대한민국의 심장은 바로 이곳, 지금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였다.

부산의 여러 대학 중에서도 최근에 새롭게 단장한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의 현대적인 건물들 앞에 지금도 여전히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그 역사가 매우 깊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이 부산을 대륙 침략의 전초 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경남도청 건물로 사용했다가, 6·25 전쟁 발발 이후 임시수도 정부청사의 기능을 담당했다고 한다.

근대문화유산 41호로 지정된 이곳은 부산의 대표적 근대 공공 건축물 중 하나로 건물 그 자체로도 문화재이지만 현재는 박물관으로도 제 역할을 다해 볼만한 것이 많다. 고려대, 이화여대 박물관과 함께 3대 대학 박물관으로 손꼽힐 만큼 전국의 대학 박물관 중에서도 귀중한 보물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심지어 입장료는 무료이다. 단, 월요일은 휴관이니 유의할 것.

뿐만 아니라 이 근방에는 대한민국 임시수도 기념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1915년부터 1968년까지 부산 시내에서 운행했던 전차 실물이 보존되어 있고, 조각상과 벽화, 그리고 임시 수도 기념관 등이 조성되어 있어 자녀와 함께 역사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산복도로 마을 투어와 함께 피난수도 부산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9월은 서구 부민동으로 산책하는 것이 어떠실지.

 

 

 

글 : 한송희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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