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현장의 소리 | 금정구장애인복지관 윤진화 사회복지사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한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다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한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복지사
반갑습니다.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한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복지사 윤진화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금정구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함께 디자인하고 있는 곳이에요. 저는 자립생활지원팀에서 성인장애인 무장애환경조성을 위한 자조모임 프로그램, 예술단체양성프로그램, 장애이해교육을 담당하고 있어요. 담당하고 있는 사업을 보시다시피 주로 성인장애인과 미취학아동부터 초ㆍ중ㆍ고등학생을 많이 만나고 있죠.
장애인복지분야에 일하게 된 계기
장애인복지 분야에 일하게 된 계기를 말씀 드리기 전에 사회복지를 하게 된 계기부터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어디를 가나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어요. 장애인, 노숙인, 어르신 등과 같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게 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단순한 ‘동정’이었어요.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했어요.
자원봉사를 하면서 내가 앞으로 세상을 바꾸거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어요. 자원봉사 중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몇 가지 깨닫게 됐어요. 모든 사람이 동일한 방법으로 TV를 보지 않는다는 점, 장애인은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내가 이와 같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는 점을 느꼈어요. 되돌아보면 개인적인 많은 경험들이 장애인복지를 하는데 영향이 있었어요. 그중에도 이 자원봉사가 장애인복지 분야에 일을 하게 된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금정구 무장애환경조성? '달구지탐방대'에게 맡겨!
지금의 금정구장애인복지관 달구지탐방대는
무장애환경조성에 관심이 있는 장애인,
비장애인 10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무장애환경조성을 위해서 편의시설조사,
무장애환경조성활동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달구지탐방대’의 ‘달구지’는
소나 말이 끄는 짐수레를 의미해요.
휠체어의 모습과 닮아서 ‘달구지탐방대’라고
초기 모임 회장님께서 지어주셨어요.
달구지탐방대는 2014년 처음 결성되었고 2015년부터 편의시설조사를 시작했어요. 모임의 구성원들은 조금씩 바뀌기도 했지만 매년 편의시설조사 후 보고서를 발간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요. 2019년에는 부산도시철도 중 금정구에 해당하는 7개의 역 주변에 무장애상점을 조사하고 무장애상점안내지를 발간했어요. 이와 같은 활동이 실제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조금씩 조사 방법과 활동 방법을 변경하고 있어요. 2018년부터는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 활동을 시작했어요. 조사 결과물은 복지관 홈페이지, 베프지도(BF.ZIDO) APP, 안내지, SNS(인스타그램), 무장애환경조성 활동을 통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요.
무장애환경조성을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
장애인에게 ‘장애’가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무장애라고 하면 장애가 없는 것을 의미하잖아요. 그렇다면 그 장애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부터 시작되어야 해요. 개인의 신체적 손상이 ‘장애’인지 휠체어 이용자가 올라가지 못하는 계단이 ‘장애’인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계단 대신에 승강기 혹은 경사로가 있다면 휠체어 이용자는 ‘장애’를 겪지 않게 되잖아요.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에는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도 있지만 사회적인 태도의 변화도 필요해요.
달구지탐방대 활동을 하면서 실제로 마주하는 불편한 환경 보다 직원들의 태도라든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면 일부 사람들은 휠체어를 발로 차며 집에나 있지 왜 밖을 나왔냐고 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계시더라구요.. 이런 부분들이 장애인에게는 더 ‘장애’가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장애인을 마주하는 일들이 사실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장애인을 만났을 땐 어떻게 해야 되고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조차 없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게끔 만드는 노력이 필요해요. 경사로, 저상버스, 점자보도블럭 등의 물리적인 환경 이외에도 장애유형마다 다르게 소통하는 방법, 에티켓 등이 중요해요. 그리고 ‘장애’를 장애인 당사자만의 문제로 치부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장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 당연한 불편함은 없어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달구지탐방대 참여자 중 한 분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출입구에 있는 작은 턱을 없앤 일이에요. 달구지탐방대 활동에 참여하기 전에는 당연히 불편함을 안고 살아야 되는 거라고 생각하셨대요. 당연한 불편함이 아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파트 관리소에 건의를 하시고 그래도 변화가 되지 않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건의하여 턱을 없애게 되었어요. 참여자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변화시켰던 일이라서 뿌듯하기도 하고 달구지탐방대 활동이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 보람된 기억으로 남아요.
이외에 담당하고 있는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참여자들의 말 한마디가 크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예술단체양성프로그램 ‘행복울림’ 참여자들이 ‘힘들었던 마음을 달래주었다’, ‘인형극은 내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나이만 젊으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인형극 영원히 사랑해’라고 말씀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이해교육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교육을 지루해하지 않고 교육을 들을 때나 교육 후에 장애가 막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거나 장애인을 싫어했던 과거의 나를 질책한다라고 말하는 것을 통해서 교육의 긍정적인 결과가 크게 나타날 때 자부심을 느껴요.
직업을 떠난 '윤진화'
저는 고민과 걱정이 많아서 최대한 그 고민과 걱정들을 떨쳐낼 수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자주 가고 있고 요즘에는 유튜브를 보면서 사업방향에 대한 소스를 얻어가기도 해요. 매년 다짐하고 있지만.. 특히 올해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장애와 관련되거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서적들을 읽고 있어요.
긍정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회복지사
우리들만의 리그 속에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진 않아요. 이를 위해서는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일이 어떤 분야이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이 인터뷰를 통해서 제가 달려오고 있던 길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어요. 인터뷰를 제안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글이 언제 올라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볼 때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걱정이 사라지는 날이었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