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제작부문 수상작은 일반시민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영화감독 및 관계자가 멘토링을 한 후 함께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2021년 자몽프로젝트 051영화제
영화제작부문 수상작 - 051영화상
"마스크를 드립니다"
글 : 정난주
※ 출처 : http://unsplash.com
“어무니, 마스크 이거 센터에서 매일 드리는 거니까 아깝다고 며칠씩 쓰지 마시고 매일매일 새 거 쓰세요.”
장림2동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분희는 새마을 경로당에 방문에 그곳에 모인 어르신들께 마스크를 전달한다.
경로당에 모여 밥을 해먹는 것이 마을 어르신들의 유일한 낙이었는데, 코로나로 그것마저 힘들어졌을 때는 분희 또한 마음이 좋지 못했다.
그저 마스크, 손 세정제, 소독용 알코올 등을 전하며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바랄 뿐이었다.
거리 두기 단계가 완화됨에 따라 말선은 겨우 경로당을 찾을 수 있었다.
말선은 바닥을 부지런히 쓸고 박박 닦으며, 오래간만에 찾은 경로당을 반가워했다.
말선이 경로당에서 막 돌아오니 손녀 효진이 학원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효진은 신발을 신고 현관의 마스크를 챙겨썼다.
중학생 효진은 학교를 격일로 가는데 오늘은 학교를 다녀온 날인 듯 보였다.
마스크 한중간에 파란색 볼펜 자국이 있었다.
“진아 마스크 바까라. 머 묻었다.”
말선은 경로당에서 받은 봉지에서 마스크를 하나 꺼내 효진에게 주었고 효진은 응, 하고 받아들었다.
중학교 3학년 효진의 하루는 길었다.
지하철을 타고 학원에서 돌아온 뒤에는 바로 과외 수업이 있어 스터디 카페로 향했다.
대학교 3학년 민호의 하루 또한 길었다.
대학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되나 그만큼 과제도 많았고 오늘은 과외 수업 준비만으로도 벅찬 하루였다.
민호가 스터디 카페에 도착했을 때는 효진은 이미 도착해있었다. 효진은 숙제를 잘해오는 편인데,
“쌤, 이거 드릴게요.”
“오, 땡큐. 근데 갑자기 왜?”
“헤헤.”
오늘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니 숙제 안 해왔나?”
“헤헤.”
효진이 준 마스크는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었다.
과외가 끝난 시간은 9시. 민호는 애인인 연주를 만나러 나섰다.
민호는 연주와 카페에서 빙수를 먹으며 대화했다.
과외 학생이 숙제를 안 해 와서 뇌물로 마스크를 준 얘기를 하며 연주에게 마스크를 건넸다.
둘은 빙수를 먹은 뒤 근처에 있는 대형문구점을 향했다. 연주는 마스크 스트랩을 샀다.
“다녀왔습니다.”
“연주 왔어?”
데이트 후 귀가한 연주는 퇴근 후 먼저 귀가한 모친에게 인사했다.
“엄마, 마스크 이렇게 접어서 넣어 놓으면 필터 다 망가진대.”
연주는 가방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접혀 있는 모친의 마스크를 꺼내 버리며 말했다.
연주는 모친이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며 많은 민원인을 만나는 것이 항상 걱정이었다.
그리고 종전에 민호에게 받은 마스크를 뜯어 화려한 색깔의 구슬 줄을 새 마스크에 걸어 모친의 가방 주머니에 넣어 놓았다.
“샘. 그거 뭐예요? 이쁘네요.”
“아, 우리 딸내미가 줬어. 마스크 스트랩.”
연주가 준 화사한 색깔의 구슬 마스크 스트랩을 걸고 출근한 분희는 동료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오전 시간 민원 업무를 어느 정도 처리하고 분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샘, 지금 나가세요?”
“어어, 경로당에. 내 나갔다 올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요.”
분희는 바쁜 걸음으로 센터를 나섰다. 햇살에 분희의 마스크 스트랩 비즈가 반짝였다.
▶ '정난주'님의 '마스크를 드립니다'는 051영화제 영화제작지원부문에 선정되어 KRX 한국거래소/국민행복재단에서 300만원 영화제작지원을 받아 아래의 5분 1초 영화로 재탄생했습니다. 또한 부산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예술인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김재식' 영화감독의 멘토링과 남진우, 김효은, 박세형, 박수민 예술인과의 협력으로 제작되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