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그리고 산책>
오래된 것에 대한 새로운 접근
오래되다. 시간이 지나간 동안이 길다. 내가 세상에서 지나보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동안 존재해 있던 것들을 현재 지금 이 시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마치 타임캡슐을 꺼내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핫해도 너무 핫한 올 여름, 요즘 핫하게 뜨고 있는 부산의 관광명소인 남포동 부근에서 과거와 현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들로 산책.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온 “보수동 책방골목”
골목이 문화가 되고, 오래된 일상이 소중한 자산임을 보여 주는 부산의 대표적인 곳이 바로 보수동의 책방골목이다. 6.25 전쟁으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피난민들이 자신이 가지고 온 책을 팔기도 하고, 미군 부대에서 나온 책을 노점에서 팔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골목이라고 한다. 책이 귀하던 시절에 헌책을 사고 파는 대표적인 장소였다. 희귀본이나 귀한 고서가 거래되기도 하다보니 책과 관련한 모임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이곳에서 그 유명한 양서협동조합이 생겨났고, 영화 변호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부림사건과 관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역사를 보내 온 이곳. 지금은 관광도시 부산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관광지가 되었다. 물론 예전보다 책을 읽거나 사는 사람보다 사진을 찍고 떠나는 관광객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주변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예전만큼 책을 귀하게 여기지 않게 되면서 보수동 책방골목 역시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 남은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문화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책방골목을 주 무대로 각종 전시와 공연, 사람책 이야기 등 특색있고 다소 인문학적인 자리도 마련되고 있다고 하니, 더운 여름을 책과 함께 뜨겁게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커피는 손맛, “실버카페 휴”
보수동 책방 골목 안에 있는 중구노인복지관. 그곳 1층에 할머니 바리스타들이 있다. 숙련된 솜씨로 커피를 만들어주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커피 향에서 우리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대추차 향이 나는 것 같기도. 무엇보다도 할머니 바리스타님들의 얼굴이 행복하고 활기차 보이는 점이 더욱더 좋다. 거기에 친절함과 친숙함은 서비스!
프렌차이즈처럼 넓고 많은 좌석이 즐비하지는 않지만, 소담한 공간에서 맛난 음료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복지관 문을 열고 나가면 보이는 수많은 카페들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승! 맛은? 맛도 굿이다. 보수동 책방골목 안에 있는 공간답게 카페 여기저기에는 여러 종류의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책 내음이 물씬 풍긴다.
카페 휴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으로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원비를 포함한 카페 수익은 온전히 재료비와 어르신들의 인건비로 돌아간다. 바리스타로 활동하시는 어르신들은 브랜드 카페와 연계하여 전문적인 교육을 이수 하신 분들이다. 조금 느리기는 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차 한잔.
이 곳에서 일하는 노년의 바리스타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쉬다 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헌것과 새것의 그 어디쯤 “국제시장 프리마켓”
국제시장 맛집을 돌고, 영화 국제시장 촬영지 등 관광 포인트들을 돌다가 우연히 만날 수는 있지만, 막상 찾아가려면 쉽지 않은 국제시장 안에 빈티지 프리마켓이 있다.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쓰던 물건을 재미삼아 전시해 놓고 사진을 찍으며 즐기던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 평균 500명이 넘는 손님이 다녀가는 남포동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현재 마켓에 입점되어 있는 셀러의 수만 200여명 정도라고 하니, 그 안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이 얼마나 다양할지 짐작이 가능하다.
시장 골목 안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빈티지 소품부터 각종 피규어, 각종 구제상품 등 시중에서 잘 볼 수 없는 핸드메이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재미난 공간이다. 아기자기한 물건을 구경하다보면 생활에 필요한 물품,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물품들이 많아 구경하는데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곳에서는 누구든 사고 팔 수 있다. 벽면의 50*40cm의 작은 칸막이 공간을 분양해 본인의 물건을 팔 수 있는 것이다. 건물 앞의 ‘스튜디오 인 샵 프리마켓’ 이라는 팻말을 지나 2층 입구로 입장하면 보이는 프리마켓 이용방법. 물건을 가지고 와서, 본인이 가격측정을 하고 전시를 한 후, 판매하기!! 간단하다.
간간히 특가세일을 하기도 하니 운이 좋다면 새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득템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프리마켓이 특정 날을 정해놓고 야외에서 열리는 것이 대부분이다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뿐만 아니라 취소가 되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반해 이곳은 상시적으로 방문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